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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룰라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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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룰라 리더십

입력
2010.12.30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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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리더십의 교과서' '중도 실용주의의 진수' '포용과 소통의 리더십' '뛰어난 지도자 한 사람이 나라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 31일 퇴임하는 실바 다 룰라 브라질 대통령에게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그가 초ㆍ재선 8년 임기 중 이룬 성취에 비춰 충분히 받을 만한 찬사들이다. 이전 정부에 비해 경제성장률은 2배 이상 상승, 물가는 3분의 1로 하락, 1,500만개의 일자리 창출, 집권 초의 10배인 3,000억 달러 외환보유액, 빈곤탈출 2,900만명, 중산층 편입 3,000만명 등이 그의 경제 성적표다.

■ 그에 힘 입어 브라질은 세계 8위의 경제대국으로 도약했고, BRICs를 선도하며 국제경제와 외교 분야에서도 국가의 위상을 드높였다. 퇴임을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브라질 국민 87%가 룰라 대통령을 지지했다. 브라질은 물론 전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인기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고, 구두닦이 금속노동자 노동운동가를 거쳐 정치에 투신했다. 퇴임 고별방송에서 그는 "나의 꿈과 희망은 서민의 영혼과 가난,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에서 나왔다"고 토로했다.

■ 룰라가 이룬 경이적 업적은 포용과 소통으로 요약되는 유연한 리더십의 산물이다. 우리나라를 비롯 거의 모든 나라 정치에서 한갓 구호에 불과했던 것들이 그를 통해 현실이 되었다. 성장과 분배, 시장친화정책과 민생정책을 조화시켰고, 좌ㆍ우, 내 편ㆍ네 편 구분 없이 인재를 등용했다. 좌파 지지기반으로부터 변절자라는 비난을 감수하며 특권층과세 강화를 포기하고, 점진적 토지개혁정책을 채택했다. 필요하면 좌ㆍ우 정책을 거리낌 없이 넘나들었다. 이분법적 낡은 이념의 틀에 얽매이지 않은 중도실용주의의 참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 노동자당(PT) 출신인 그는 군소 좌파정당만이 아니라 다양한 우파 정당 등 12개 정당과 정책연합을 구성해 집권기간 내내 의회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 정권 출범 당시 PT는 상원 내 제 3당, 하원 내 제1당이었지만 하원 의석점유율은 18%에 불과했다. 이 열악한 정치적 조건에서 소통과 포용의 리더십이 가장 빛났다. 각급 사회단체와 대화채널을 구축해 여론을 듣고 정책에 대한 사회적 동의를 구하기도 했다. 그 바탕에는 겸손에서 우러나는 강한 자신감이 있었다. 진정한 서민 대통령이기도 했던 그는 21세기 정치리더십의 새 장을 활짝 열었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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