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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 지도력 회복이 아쉬웠던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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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 지도력 회복이 아쉬웠던 2010년

입력
2010.12.30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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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해가 저물어간다. 뒤돌아보니 경제는 완연히 활력을 회복했지만, 유독 정치는 아이들이 뛰놀다간 눈밭처럼 어지러운 발자국만 가득했다.

국회에서는 타협과 조정의 원칙은 물론이고 다수결의 원리까지 한꺼번에 실종된 대신 거대여당의 강행처리와 야당의 폭력적 실력저지가 하나의 관행으로 굳어졌다.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청와대와 정부의 무리한 주문이 여야의 정치적 대결을 부추긴 데다 현실 변화와 동떨어진 야당의 '무조건 반대' 체질까지 겹쳐 대치정국이 일상화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로 국민의 안보위기 의식이 한창 고조됐을 때조차 끝내 대결구도를 풀지 못했으니, 깊을 대로 깊어진 고질병이다.

개별 정치사건에는 저마다의 원인과 배경이 있겠지만, 크게 보아 올해의 어수선했던 정치는 이명박 대통령을 포함한 여야 지도부가 제대로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했음을 우선 확인해 주었다. 말로는 유연하고 합리적인 지도력을 강조했지만, 행동으로는 여전히 지난 시절의 '강력한' 지도력에 집착하는 모습에 누구나 예외가 아니었다.

대표적인 예가 올 상반기와 하반기 대치 정국의 핵심 쟁점이 됐던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 사업이다. 세종시 수정안은 반대 여론이 고개를 숙이지 않는데도 무리하게 추진, 평지풍파를 일으키고는 6월에 최종 부결 처리됐다. 애초 약속대로 국민 뜻, 특히 충청지역 민심을 우선하겠다던 약속에만 충실했어도 겪지 않았을 시행착오다. 거대여당과 친이계의 힘에 기대어 밀어붙였을 뿐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 채 야권을 반대로 똘똘 뭉치게 했고, 여당 내 친박계의 협력조차 이끌어내지 못했다. 민심과 정치현실에 대한 이해 부족이 이 대통령의 '수정안 파기' 선택을 가로막았고, 여당 지도부의 독자적 지도력 부족이 국회에서의 '친이계 포위'를 불렀다.

여야 대표와 원내 사령탑이 토론과 타협을 기대해도 좋을 만한 면면으로 바뀐 하반기에도 '4대강 사업'을 축으로 한 정치대결은 계속됐다. 4대강 사업 자체에 대한 논란은 거의 정리돼 기술적 방법론과 추진속도 등에 대한 이견 조정 정도로 끝날 수 있으리라는 예상과는 딴판으로 야당은 사생결단을 하듯 반대에 매달렸다. 앞서 6ㆍ2 지방선거에서의 여당 참패를 자신들이 일구어낸 승리로 착각한 데다 지방정권을 잡은 야권 광역단체장의 정치적 결의가 꺼져가던 반대 불길을 되살렸다. 또 여당 지도부가 예고된 야당과의 갈등을 미리 누그러뜨리는 데 실패했고, 민간인 사찰 의혹과 8월 개각 인선 실패 등으로 정부가 야당에 정치공세의 빌미를 제공한 것도 문제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당내 입지를 굳히려는 주관적 동기에서 비롯한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강경투쟁 노선의 필연적 귀결이라는 점이 가장 크게 두드러졌다.

야당 지도부는 '4대강 예산 저지'를 내걸고 사실상 예산안 심의 절차를 애써 외면했다. 여당 지도부는 불을 보듯 뻔한 결과를 두고도 야당 설득에 소극적이었다. 예산국회 막바지에 빚어진 물리적 충돌과 지난해에 이은 또 한 차례의 예산 강행처리는 일찌감치 예고된 셈이었다. 나아가 강행처리를 염두에 두었을 여당 지도부는 최대한 허점을 제거하려는 절차적 작업조차 소홀히 하는 바람에 일부 예산을 빠뜨리기까지 했다.

주지하듯, 정치는 타협과 조정의 기술이다. 따라서 상식과 원칙에 발을 딛고, 늘 사회와 민심의 변화에 깨어 있되, 무리수를 두지 않는 것이 정치 지도자들에게 요구되는 지도력의 요체다. 올해 한국정치에 심각하게 제기된 이 과제에 새해에는 조금이라도 부응할 수 있기를 여야 지도자들에게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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