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새해 업무보고에서 핵심은 3군 합동성 강화를 통한 군 지휘체계 일원화로 요약된다. 국방부는 이를 위해 합동군사령부를 신설, 합동군사령관을 통해 3군의 작전을 통합 지휘하도록 하고 현재 군정권만 보유한 참모총장 대신 육ㆍ해ㆍ공 3군 사령관에게 군정ㆍ군령권을 부여한다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서북5도와 서해북방한계선(NLL) 방어를 위한 서북해역사령부를 설치해 통합작전능력을 제고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연평도 포격도발 대응과정에서 우리 군 합동전력 운용의 취약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만큼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은 당위다. 그러므로 새해 국방계획의 방향은 시비할 것이 없다. 그러나 정작 이를 실천하기 위한 전제가 빠졌다. 이 전제가 충족되지 않은 합동성 강화는 구두선이다. 바로 육ㆍ해ㆍ공 3군의 균형을 갖추는 것이다.
20여 년 전의 유사한 계획이 무산됐던 이유도 같은 것이었다. 절대적 육군위주의 낡은 군 편제가 개선되지 않는 한 합동군 체제에서 해ㆍ공군의 역할과 기능은 도리어 더욱 위축되리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실제로 병력, 장성의 80%가 육군이고 국방정책 결정기구와 합동부대장의 90%를 육군이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서 합동군 체제로의 전환은 해ㆍ공군을 자칫 육군식 전투개념의 하부 요소로 전락시키고,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불균형 상태인 군별 자원배분구조도 더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
더욱이 한국전 당시 고지 쟁?전에나 맞을 육군보병 위주 3군 구성이 북한도발 대응에도 유효하지 않다는 건 최근 10년간 분명히 확인된 사실이다. 지금은 과거처럼 섬멸전이 아니라 누가 먼저 적의 의지를 꺾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전쟁이다. 지금의 군 편제는 이런 현대전 특성을 무시한 철저한 기득권 유지구조다. 육군 위주인 북한군 편제를 감안하더라도 최소한 육ㆍ해ㆍ공군 3:1:1의 구조를 갖춰야 하며, 이 편제에서만 합동군 시스템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각 보직이 육군에 압도적으로 편중돼 이른바 '육방부'로 불리는 국방부가 앞장서서 합동군으로의 전환을 말하는 것도 어울리지 않는다. 현 국방부는 국방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대상이다. 이미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가 개혁안을 제시한 바 있지만 외부기관이 국방개혁을 추진하고, 또 추진과정을 점검토록 하는 것이 맞다.
마침 발간된 국방백서도 북한의 비대칭 전력이 심각한 수준으로 증대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핵과 생화학무기뿐 아니라 기동성과 특수전 능력을 갖춘 부대들이 속속 추가 편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런 변화추세를 따라가지 못한 채 도리어 지상 거점방어 위주의 안이한 군 편제를 고수하고 있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육군 편제를 과감하게 구조조정해 기동전 위주의 군대로 정예화하고, 해ㆍ공군과 해병대 전력을 대폭 강화하지 않고는 북한의 위협에 효과적으로 맞서기 어렵다. 거듭 말하지만 이게 합동군의 전제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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