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주먹이 앞서고, “남자는 팬티가 아니라 빤스를 입는다”고 강조하는 ‘마초남’. 그가 트랜스젠더를 사랑하게 된다면 어떨까.
극단 소울메이트의 연극 ‘나비 빤스’는 지방 소도시의 한 트랜스젠더 바를 배경으로 이성이 감정을 제어할 수 없는, 사랑의 속성을 조명한다. 트랜스젠더를 경멸하지만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바를 운영하는 탁명구. 그는 종업원 미자에게 끌리게 되면서 가치관의 혼란을 겪는다. 성전환 수술을 위해 서울로 가는 미자를 붙잡는 명구가 노모와 영화 이야기를 두서없이 늘어놓는 장면은 너무도 현실적이다.
그러나 미자는 명구의 손을 뿌리친다. 맹목적으로 새 삶을 꿈꾸기 때문이다. 미자는 캐나다에서 멕시코로 대를 거듭하면서까지 장거리 비행을 하는 제왕나비에 자신을 투영한다.
극본을 쓰고 연출한 최무성씨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담기보다 사람 간의 유대와 사랑을 말하고 싶었다”며 “일반적인 남녀의 사랑 이야기로는 그 점을 강조하기가 어려워 가부장적인 남자가 트랜스젠더를 사랑한다는 극단적인 상황을 설정했다”고 말했다. 다른 종업원 역은 남자 배우들이 여장을 하지만 미자 역만은 여자 배우가 연기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최씨는 “남자가 미자를 연기한다면 더 흥미롭겠지만, 사실 트랜스젠더들은 자신이 여자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명구는 미자를 여자로 사랑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최씨는 현실감에 충실하고자 극 중 종업원들의 쇼를 실제 트랜스젠더 쇼에서 따왔다. 대본도 트랜스젠더들의 검토를 앞두고 있다.
탁명구 역은 구본웅과 손인수, 배마담 역은 배용근과 홍석빈이 번갈아 맡는다. 고세웅, 황배진, 신세희 출연. 내년 1월 13일~4월 3일, 서울 대학로 아트씨어터 문. 070-8272-9001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