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선동열 감독(47)이 6년간 잡았던 지휘봉을 하루 아침에 빼앗겼다. 삼성은 30일 선 감독을 전격 해임하고 류중일 작전코치를 제13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삼성은 보도자료를 통해 선 감독이 "삼성의 새로운 변화와 쇄신을 위해 감독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며 스스로 용퇴를 결정했다고 했지만 사실상 선 감독을 경질한 것으로 보인다. 선 감독은 구단 운영위원이라는 새로운 보직을 맡게 됐다.
자의가 아닌 타의로 감독직을 내려놓은 선 감독은 "한 팀에서 감독으로 6년이면 오래했다. 김응용 사장님, 김재하 단장님도 그만두신 만큼 나도 떠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준우승 사령탑이 물러난 것은 지난 1986년 김영덕(삼성), 1990년 정동진(삼성), 2002년 김성근(LG), 2004년 김응용(삼성) 감독에 이어 5번째다. 이중 무려 4번이 삼성 출신 사령탑이다.
한국시리즈 0-4 참패 후폭풍
선 감독은 삼성 지휘봉을 잡은 6년 동안 우승 2번, 준우승 1번 등 좋은 성적을 남겼다. 삼성도 지난해 선 감독의 지도력을 인정해 5년간 재계약을 할 정도로 신뢰가 두터웠다.
하지만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SK에 4연패로 무너진 완패의 충격이 컸다. 그룹 고위층에서 "너무 맥없이 졌다. 근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는 후문이다. 최근 취임한 김인 사장도 "밖에서 보면 우리 팀은 투지가 없어 보였다. 앞으로 근성 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5위에 그치며 올시즌 당초 목표를 4강 진입으로 정했던 선 감독으로서는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하며 '초과 목표'를 달성한 게 오히려 독이 된 셈이다.
물갈이 바람과 순혈주의
삼성은 이번 시즌을 마친 뒤 변화의 바람을 맞았다. 그 동안 선 감독과 호흡을 맞춰온 김응용 사장과 김재하 단장이 정기 인사에서 야구단을 떠났다. 김응용 사장과 김재하 단장은 2004년 선 감독을 수석코치로 영입해 6년 동안 팀을 이끈 주인공들. 그 연장선상에서 선 감독도 '인사 회오리 바람'을 피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삼성이 선 감독과 인연을 접은 이유는 그의 야구 스타일과 대구 정서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선 감독은 막강한 불펜을 내세운 '지키는 야구'로 승부를 걸었다. 물론 그는 최근 몇 년 새 최형우, 박석민, 채태인 등 젊은 타자들을 키워냈지만 이만수-김성래-이승엽으로 상징되는 화끈한 공격 야구에 향수를 갖고 있는 대구 팬들은 선 감독의 스타일을 반기지 않았다.
또 대구 팬들 사이에서는 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이 감독이 돼야 한다는 여론이 끊이지 않았다. 구단과 등을 진 이만수 SK 수석코치가 대구 구장에 나타날 때마다 삼성 팬들은 꽃을 던지며 환호했다. 결국 삼성은 24년간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었던 명 유격수 출신인 류중일 작전코치를 새로운 수장으로 선택했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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