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희토류 생산의 96%를 차지하는 중국이 내년 희토류 수출쿼터를 실질적으로 35%나 줄이기로 하면서, 세계 각국 정부와 업계의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휴대폰, 하이브리드 및 전기자동차 배터리, 터빈, 컴퓨터 등 주요 제조업 생산 전반에 쓰이는 원자재인 희토류 공급이 부족할 경우, 업계 타격 및 관련상품의 가격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9일(현지시간) “중국이 유럽에 대한 희토류 공급 약속은 지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우회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전날 미국 무역대표부(USTR)도 중국에 우려를 전달하고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중국은 내년 희토류 수출을 11.4%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외국기업에 대해 별도 책정된 수출쿼터도 없애기로 한 것까지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35% 수출이 줄어든다.
애플, 소니, 도요타, 보잉 등 세계 주요 제조업체 중 희토류로부터 자유로운 업체는 없으며, 이들 업체들은 대체소재 개발 및 희토류 활용을 줄이는 방안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소니 관계자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추가적인 수출제한이 이뤄질 경우 공급부족이나 관련부품 등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희토류를 생산하거나 생산을 준비하고 있는 미국, 호주 광산업체들은 주가가 급등하는 등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전세계가 중국의 희토류 수출쿼터에 울고 웃을 정도로 의존하게 된 것은 중국이 1990년대부터 저가 희토류 생산을 늘려오면서 다른 국가들이 희토류 생산에서 손을 떼어 왔기 때문이다. 중국이 이제 와서 자국 수요급증과 환경오염 등을 이유로 수출을 줄이면서, 다시 희토류 매장량이 많은 다른 국가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만 본격적인 생산에서 1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그 사이 희토류 전쟁은 계속 될 수밖에 없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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