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의 귀환''금융관료의 부활' 31일 단행된 개각으로 새롭게 포진한 경제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인사는 단연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다.
두 사람은 경기고-서울대 경영학과 선후배이자 옛 재무부 시절부터 이재국(현 금융위 금융정책국)에서 한솥밥을 먹어온 사이. 나이와 학교는 김 위원장이 위이지만, 고시는 최 후보자가 빠르다. 하지만 이들이 갖고 있는 더 큰 공통점은, 정책추진에 관한 한 매파 중에서도 매라, '슈퍼강경론자'들이란 사실. 때문에 경제계와 금융계에선 이들의 등장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금융라인
이명박정부 역대 경제팀의 가장 큰 특징은 금융관료들이 주요 포스트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 그 시작은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옛 재무부 이재국장, 구 재정경제원 차관 출신으로 MB정부 개국공신인 그는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임명되자, 옛 재무부시절부터 아꼈던 최중경 당시 세계은행(IRBD)이사를 차관으로 끌어들여 이른바 '최-강'라인을 구축했다.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과 국제금융국장을 지낸 정통 금융관료인 최 전 차관은 이후 필리핀대사 경제수석을 거쳐 이번에 지식경제부 장관에까지 임명됐으며, '차기 혹은 차차기 재정부장관'얘기까지 듣고 있다.
현 경제팀장인 윤증현 장관 역시 강 전 장관의 작품. 지난 정부에서 장관급(금융감독위원장)을 지냈으며 현 정부와는 아무런 연고가 없었음에도 윤 장관이 입각할 수 있었던 것은 강 전 장관의 추천이 절대적이었다는 후문이다. 역시 자타가 공인하는 금융관료로서 참여정부에서 재정경제부 차관까지 지냈던 김석동 전 차관이 이번에 금융위원장을 맡게 된 것 또한 강 전 장관이나 윤 장관의 힘이 컸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결사'들이 절실한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선호도는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결국 강 전 장관을 시작으로, 옛 재무부 이재국 출신의 정통금융관료들이 계속 확대되고 있는 상황. 한 정부관계자는 "노무현정부 때는 구 경제기획원 출신인 박봉흠ㆍ변양균씨가 요직을 맡으면서 기획원 출신들이 득세했고, 앞서 김대중 정부때는 강봉균 이기호 전윤철씨 등 호남연고의 기획원출신 관료들이 실권을 장악하면서 역시 그 쪽 라인이 부각됐다"면서 "이 점에서 현 정부는 강만수 전 장관을 필두로 계속 금융관료들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진력이냐 관치냐.
김석동 위원장은 위기 때마다 '대책반장'이란 별명이 붙을 만큼 탁월한 해결사 능력을 보유한 인물. 스스로 "관(官)은 치(治)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했을 만큼, 관치성향이 짙다.
때문에 그를 보는 금융계의 시각은 매우 양면적이다. 지금의 금융당국은 현대건설매각이나 우리금융 민영화 등 주요 현안추진과정에서 상당히 허술함을 노출한 상태. 한 금융계 인사는 "김석동 위원장 체제하에선 이런 초보적 허점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며 "금융당국의 리더십이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워낙 강한 성격이고, 오랜 관치시대의 체질이 몸에 밴 탓에 자칫 무리수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인사는 "지금은 관치가 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옛날 식으로 밀어붙인다면 상당한 혼란이 뒤따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중경 후보자 역시 고집과 추진력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를 듣는다. 과거 무리한 시장개입으로 환율정책을 이끈 탓에 '최틀러'란 별명까지 붙었다. 비록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금융일선에선 벗어났지만, 상생정책 등 추진과정에서 강성드라이브를 펼 것이란 평가가 많다. 추진력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후유증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도 높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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