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사태 일단락]내년 3월 주총까지 이사직 유지 명분차기 경영진 선정에 영향력 행사 논란
신한사태는 결국 3인방의 퇴장으로 끝났다. 법적으론 '1명 무혐의, 2명 불구속기소'로 마무리됐지만, 이백순 행장까지 사퇴함에 따라 3인의 경영자로서의 생명은 끝이 났고 조직도 치유하기 힘든 큰 상처를 안게 됐다.
신한 측은 사태가 일단락됨에 따라 차기 경영진 선정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 하지만 이 과정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신한사태의 여진은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가장 큰 변수는 라응찬 전 회장의 영향력 행사 여부다. 검찰수사에서 유일하게 무혐의 처분을 받은 만큼, 법적 족쇄는 어느 정도 풀린 셈이다. 적어도 내년 3월 주총 때까지는 이사직을 유지할 명분이 생겼고, 따라서 라 전 회장이 차기 경영진 구성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합법적 공간도 생긴 셈이다.
벌써부터 신한 내에선 차기 행장 선임을 둘러싸고 라 전 회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갈등이 커지고 있는 상황. 은행 노조측에선 "라 전 회장이 행장 선임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현재 차기 행장으로 거론되는 인사는 위성호 지주 부사장, 이휴원 신한금융투자 사장, 최방길 신한파리바BNP자산운용 사장 등. 하지만 30일 열리는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에서 위 부사장이 차기 행장으로 내정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위 부사장은 1985년 공채 출신으로 요직을 두루 거쳤고, 특히 전략과 기획에 밝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 사장도 유력한 후보였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동지상고 출신이란 점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문제는 라 전 회장의 영향력, 즉 '라심(羅心)' 논란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점. 류시열 회장은 행장 선임은 규정대로 자경위(류회장, 전성빈, 김병일 사외이사로 구성)에서 선임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재일동포 사외이사측은 라 회장의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해 이사회나 특별위원회 내에서 선임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 등 행장선임부터 갈등은 불거지고 있다. 특히 오랫동안 라 전 회장을 보필해온 위 부사장이 새 행장으로 선임될 경우, '라심'논란은 더 커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은행권 인사는 "신한금융의 경영 정상화는 차기 지도부 구성 과정에서 잡음을 얼마나 없앨 수 있는냐에 달려 있다"며 "현 갈등구도가 계속된다면 내분 사태는 새 지도부 구성 이후에도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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