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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하이닉스 "반도체 불황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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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하이닉스 "반도체 불황은 기회다"

입력
2010.12.2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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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가격 하락세 속 영업이익률 30% 유지美·日 업체는 급락세… 경쟁사와 격차 벌릴 기회

불황 속에 국내 반도체 업계의 시장지배력이 강화되고 있다.

시황 악화가 계속되는 가운데 세계 D램 반도체 업계 1,2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의 양강 구도가 고착화하고 있는 것. 원가경쟁력에서 앞선 양 사가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점유율 확대 기회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시장조사기관인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기가비트(Gb) DDR3 D램의 고정거래가격은 0.97달러까지 낮아졌다. D램 가격이 1달러대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4월 이후 8개월만이다. 이는 국내 업체를 제외한 해외 경쟁 기업들에게는 원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D램 가격의 이 같은 하락세는 유럽 등의 재정 위기 여파로 수요 부진에 따른 공급 과잉 현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 여기에 주요 수요처인 컴퓨터(PC) 시장의 더딘 시황 회복 속도도 D램 가격 하락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D램 익스체인지측은 "D램 기업들이 미세공정 생산 확대 등으로 생산량은 늘고 있지만 PC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도 공급 과잉 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로 인해 세계 반도체 업계의 수익성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하지만 이 같은 불황이 국내 업계에 반드시 부정적 영향만을 주지는 않을 것이란 진단도 제기되고 있다.

원가 절감 기술력에 따른 제품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한 국내 업체들에게 불황은 해외 경쟁사들을 확실하게 따돌릴 수 있는 분기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반도체 업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 "여기저기서 내년 상반기까지 D램 반도체 시황이 어렵다고 하는데, (해외 경쟁 업체들이 무너질 수 있도록) 더 어려워졌으면 좋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시황 악화로 당장 국내 업체들도 4분기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해외 업체들의 경우엔 생존 문제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다. 최근 일본 반도체 업체인 엘피다가 파워칩과 프로모스 등의 대만 반도체 제조사와 인수ㆍ합병(M&A) 논의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불황의 여파와 무관치 않다. 이와 관련,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엘피다가 D램 경쟁 가중과 가격 하락으로 나빠진 수익성을 회복하기 위해 대만 업체들과 M&A에 나섰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올해 1분기에서 3분기 사이 영업이익률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삼성전자가 23.9%→32.1%로, 하이닉스는 28.3%→31.1%로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세계 3위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은 21.2%→17.4%로, 4위 업체인 엘피다는 25.6%→15.5%로 각각 하락했다. 올해 3분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제조사 시장점유율은 60%를 넘어서며 세계 D램 시장을 사실상 점령한 상태다.

업계 전문가들도 현재 반도체 업계의 불황이 오히려 시장 안정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영준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불황과 맞물려 내년 반도체 시장은 선두권 업체와 후발 업체들 사이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며 "반도체 성장률 정체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그럴 수록 국내 업체들의 세계 반도체 시장지배력은 더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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