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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월드 베스트 기업을 찾아서] <4·끝> 맛을 수출하라… CJ제일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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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월드 베스트 기업을 찾아서] <4·끝> 맛을 수출하라… CJ제일제당

입력
2010.12.2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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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입맛 잡아라" 고기양념장 무한 변신, 한식 세계화 이끈다불고기·갈비 기본 양념에 현지 소비자 취향 가미"내년 2000만弗 수출 목표"

"맛의 첫 강도는 괜찮고 밸런스도 좋아요. 고기를 오래 쟀는지 전반적인 맛의 강도는 센 편이네요. 광양식 불고기 특유의 스모키향(훈연 특유의 연기 향)은 부족해요. 이번에 새로 넣어 본 과채원료 선택은 좋았네요. 맛이 처음에 뾰족뾰족 나왔다가 묻히긴 하지만 전체적인 보디감(입안에서 느껴지는 질감)이 좀 더 풍부해진 느낌이에요."

22일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비커와 플라스크, 매스실린더 등 다양한 실험기구에 각종 첨가물이 담겨 있는 모양새로 봐선 연구실이 틀림없지만, 방 안 가득 퍼져 있는 것은 뜻밖에도 양념 불고기 냄새다. 여기에 조심스레 구워낸 고기 한 점씩을 시식한 김은설 수석연구원을 비롯한 흰색 가운 차림의 소스연구팀 연구원들이 나누는 대화는 와인을 맛 본 소믈리에의 평가 못지않게 분석적이다.

왠지 모를 부조화가 느껴지는 이 곳에서는 지식경제부가 '2010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한 CJ제일제당의 고기양념장 제품 연구가 이뤄진다. 연구원들이 매일 같이 간장, 물, 고추장, 양파, 마늘, 파, 사과, 배 등 15가지 정도의 식재료를 각기 다르게 조합한 3~5가지의 소스를 고기에 발라 시식하며 소비자 취향에 가장 적합한 고기양념장의 배합을 찾아낸다.

고기양념장은 글로벌기업을 지향하는 CJ제일제당 내에서도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제품 중 하나다. 1979년 갈비 양념 특허 출원을 시작으로 1986년 백설 양념장의 브랜드를 달고 소불고기, 소갈비, 돼지불고기, 돼지갈비, 닭볶음탕의 5종으로 출시된 게 시초다. 이들 연구원들이 각각 체중이 5~10㎏ 가량 늘어날 정도로 매일 고기를 양념장에 재고 맛을 평가하며 풍미에 변화를 준 덕에 국내 고기양념장 시장의 약 50%를 차지하는 1등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2006년부터 본격화한 해외 시장 진출로 고기양념장 사업은 올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들였다. 연간 300억원 규모의 고기양념장 매출 규모 중 해외 매출 비중이 30%에 달하는 800만달러(약 100억원)에 이르게 된 것. 회사측은 이 같은 해외 판매 실적에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부여한다. 박찬호 소스 마케팅 담당 부장은 "'기꼬망 간장'으로 대표되는 데리야키 소스로 일식 세계화를 이끈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양념소스의 글로벌화는 한식 전체의 세계화를 이끄는 힘"이라며 "내년에는 미국과 일본,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매출 2,000만달러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회사측은 불고기와 갈비 양념의 한국적인 기본 조합은 유지하되 일본, 미국 등 해외 소비자 입맛을 고려한 현지화 전략을 가미해 한국 교민 시장이 아닌 현지 주류 시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는 점에 고무돼 있다.

일본에서는 고기를 양념장에 재우는 방식이 아닌 찍어서 구워 먹는 방식의'야키니쿠 타레' 소스 형식으로 제품을 현지화하면서 최근 3년 연속 60% 대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또 교민 시장을 중심으로 수출 활동을 벌여 왔던 미국에서는 올해 대형할인점 코스트코의 서부지역 9개 점포에서 정식 입점 전에 현장 판촉활동으로 벌이는 로드쇼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현지 대형마트에 정식 입점, 주류 시장에 본격 진출하게 되리라는 기대다.

물론 이는 맛 연구뿐 아니라 국가별로 다른 식품 안정성 기준을 맞추기 위해 미생물 전문가 수준으로 각종 균과도 씨름한 소스연구팀의 노력이 바탕이 됐다. 특히 연구원들은 "이 같은 미생물이나 각종 첨가물 연구 성과야말로 진정한 한식 세계화를 이끄는 근간"이라고 강조했다. 김은설 수석연구원은 "한식 세계화를 위한 외식사업 지원은 당장 국가 이미지 제고에 도움을 줄 지는 모르지만, 사실 음식 산업화의 기반을 다져 경제적 성과로 연결 지을 수 있는 것은 연구 부문"이라며 "이 부문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아쉽다"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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