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사태 일단락]李 자문료 3억원 인출한 혐의 자체 부인申 "비자금 변호사비 사용 羅는 몰라"진술檢 4개월여 수사 불구 의문점 여전히 남아
신한은행 고소ㆍ고발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신한 빅3' 가운데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 등 2명을 기소하는 등 나름의 성과를 올렸지만, 상당한 의문점들이 여전히 풀리지 않아 개운찮은 뒷맛을 남겼다. 4개월 가량 '특수통' 검사들이 이 사건에 매달렸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범죄사실을 밝혀내기보단 대부분 이미 제기된 의혹들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우선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무혐의 처분. 일단 차명계좌로 204억여원을 입ㆍ출금한 부분은 과태료 부과 사안인 금융실명제법 위반에 해당돼 처음부터 형사처벌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견돼 왔다. 하지만, 이희건 명예회장의 자문료 횡령을 라 회장이 전혀 몰랐다는 수사결과는 쉽게 납득되지 않는 대목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 행장은 2008년 2월 비서실에 '라 전 회장의 지시'라며 자문료 명목으로 조성된 비자금 3억원을 받아 '외부인사'에게 전달했다. 라 전 회장이 이 행장 혐의의 '몸통'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 행장에게 돈을 전달한 비서실 관계자의 관련 진술도 확보됐다. 하지만, 검찰 수사는 여기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이 행장이 3억원을 받아간 사실 자체를 부인하면서 입을 닫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조영택 의원은 지난 10월 "이 행장이 재작년 3월 정권 실세에게 3억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재작년이면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라서 이 행장 또는 라 전 회장이 정권 핵심인물에 줄을 댔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 관계자도 "문제의 3억원이 외부인사에게 건네진 것은 확실해 보이는데, 이 행장이 혐의사실 자체를 부인해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며 답답함을 표시했다.
이 상태에서 라 전 회장 기소여부를 검토해 봤으나, 라 전 회장 본인에게서 '돈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직접 받은 사람의 진술이 확보되지 않는 한 공소유지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정권 차원의 부담으로 연결될 만한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가 진전을 보지 못한 사례가 또 하나 추가된 셈이다.
신 전 사장의 횡령액(자문료)인 15억6,600만원 가운데 2억원이 라 전 회장의 변호사 비용으로 사용됐는데도, 정작 라 전 회장은 무혐의 처리된 것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검찰은 "신 전 사장이 라 전 회장의 변호인을 추가 선임하는 데 들어간 비용이며, 라 전 회장 본인은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고 밝혔다.
신 전 사장도 "라 전 회장에게 이 사실을 말씀드리진 않았고, 나중에 알아서 해당 금액을 보충해 줄 것으로 생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이 행장은 물론 신 전 사장도 라 전 회장에게 불리한 진술은 하지 않은 것이다.
이달 초 신 전 사장과 이 행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방침이 흘러나왔던 것과 달리, 결국 불구속 기소로 마무리된 배경도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검찰은 수사가 거의 마무리됐을 무렵, 신 전 사장과 이 행장이 개인적 안위만을 위해 이면합의서를 작성한 뒤 갑작스레 고소를 취하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 구속영장 청구 방안을 신중히 검토했다고 한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일부 언론에 영장청구 방침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윤갑근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신병처리(구속)도 검토했으나, 이후 일부 공탁이 이뤄졌고, 대표적 은행인데 구속으로 인해 발생할 신인도(하락)와 대외충격도 감안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총장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결론이 내려지자 "검찰 외부의 의지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등 신병처리 결정과정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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