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공군부사관 임관식이 열린 경남 진주 공군교육사령부. 연병장에는 6개월간 고된 훈련을 마치고 하사 계급을 단 자녀를 축하해주러 온 가족 친지들로 북적거렸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김태우(23) 하사는 어머니와 함께 온 뜻밖의 손님들을 보고는 어안이 벙벙했다. 학비 지원 등 2002년부터 그를 도운 송파여성사랑연대 주부회원들이 새벽 첫 차를 타고 한걸음에 달려와 준 것. 신이 난 김하사는 그 많은 '어머니'들을 안내해 부대를 구경시켜주고 일일이 전투모를 씌워주며 기념촬영했다. 김 하사는 "외롭고 쓸쓸할 줄 알았는데 풍성하게 해줘서 고마워요"라며 감사 인사를 했고, 어머니와 회원들은 눈물을 글썽였다.
이혼이나 사별로 인해 홀로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편모가정) 16세대를 돕는 송파여성사랑연대를 2006년에 만들어 4년째 이끌고 있는 이미라(45) 회장. 29일 만난 이 회장은 "김 하사 임관식이 가장 뿌듯했다"며 그를 친아들인 양 자랑했다. 그는 "물론 고될 때도 있지만 어려운 환경에서도 잘 자라주는 아이들을 보면 절대로 그만둘 수 없다"며 웃었다.
이 단체는 편모 가정에 장학금 지급, 생필품 지원 등으로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다. 중소 건설업체를 운영하는 그는 "이 일에 빠져 사업 계약이 취소되는 일도 있었지만, 그만큼 더 큰 보람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싱글맘을 돕게 된 것은 그들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건축사업을 하던 남편이 연대보증을 잘 못 서는 바람에 수억 원대 빚을 떠안고 집을 차압 당한 적이 있다고 했다. "95년이었어요. 여섯 살짜리 아들, 갓 돌이 지난 딸을 데리고 15.5㎡(5평) 남짓한 방에서 생활하면서 다세대 주택이란 걸 처음 접했어요. 아이 키우는 게 정말 힘들었고…. 그때 '다시 살만해지면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이 회장은 여성 의류 판매를 시작하고, 남편도 건축업에 다시 매진해 재기에 성공했다. 이 회장은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려 2002년 아들이 다니는 중학교에 찾아가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을 추천 받았는데 그 학생이 바로 김 하사였다.
요즘 김 하사는 아프리카 난민 구호단체 등에 매달 5만원씩 후원하는 등 그가 받은 사랑을 돌려주고 있다. 이 회장은 "때로는 고되지만 어려운 환경에서도 잘 자라주는 아이들을 보면 절대로 그만둘 수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마지막으로 이 말을 꼭 전해달라고 했다. "저희가 돕는 분들 중에는 서류상 이혼처리가 안 돼 도움을 못 받는 경우가 많아요. 유명한 데로만 기부금을 보내지 마시고 이런 분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여주세요."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