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개월간 집중 논의해 29일 '자동차보험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6개 부처가 협의한 범정부 대책'이라는 설명이지만 정작 보험료를 낮출 핵심 사안은 대부분 '추후 검토 과제'로 미뤄져 알맹이 빠진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차보험 어떻게 달라지나
이날 금융위가 발표한 대책의 핵심은 불량 운전자의 책임을 강하게 물어 교통사고나 보험금 지급규모를 줄이겠다는 것. 당장 내년 2월부터 보험으로 자기 차량을 수리할 때 수리비의 20% 가량(최고 50만원 한도)은 운전자가 부담해야 한다. 현재는 대부분(88%)의 운전자가 보험 가입시 자기부담금 명목으로 5만원을 내면 사고시 이를 보험사가 내줬다.
보험료 할증 요인인 교통법규 위반도 지금까지는 위반 후 범칙금을 낸 운전자에게만 불이익이 갔으나, 내년 상반기 중에 범칙금 납부를 미뤄 과태료 대상이 된 운전자도 불이익을 받는다. 반대로 장기 무사고 운전자에게는 인센티브가 마련돼 현재 12년 무사고시 60%까지 할인되던 보험료가 앞으로는 18년에 70%까지로 낮아진다. 내년부터 혜택을 받을 12년 이상 무사고자는 현재 160만명에 이른다.
서민에게 보험료를 10% 가량 더 깎아주는 상품도 내년 1분기 중 나온다. 기초 생활수급자나 연소득 4,000만원 이하 자녀가 있는 35세 이상 생계목적 1차량(10년 이상 된 배기량 1,600㏄ 이하 승용차 또는 1톤 이하 화물차) 보유자가 대상이다.
핵심은 모두 "추후 검토"
당초 이번 대책의 논의가 시작된 때는 올해 10월 초. 손해율(수입 보험료에서 보험금으로 나간 비중) 악화로 보험사들이 잇따라 보험료를 올리면서 여론이 악화되자 권혁세 금융위 부위원장은 "자동차보험은 구조적ㆍ근본적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며 대책 마련을 공언했다. 당시 그는 "과잉수리나 과잉진료 등을 제도적으로 방지하고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종합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목표까지 명확히 했다.
하지만 결국 이번 대책에서 핵심 목표들은 모두 '검토 대상'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사고율을 떨어뜨릴 강력한 대책으로 거론되던 교통범칙금 인상이나 운전중 DMB 시청 금지 방안은 모두 검토 과제에 머물렀다.
건강보험보다 높아 병원의 과잉진료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아 온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인하 방안도 의료계 반발을 넘지 못하고 '내년 상반기 중 국토부가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한다'는 수준에 그쳤다. 과잉수리 방지의 핵심인 자동차 정비수가 개선 대책도 '보험과 정비업계가 협의체를 만들어 논의한다'는 게 대책의 골자.
감독 당국 관계자 조차도 "벌써 수년째 필수 과제로 지적돼 온 의료계 설득, 강력한 사고 줄이기 대책 등이 이번에도 빠졌다"며 "내년에도 해결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실토했다. 보험소비자연맹도 이날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정부 대책은 보험금 누수의 가장 큰 원인인 허위 환자와 과잉 수리를 막을 핵심 내용은 빠진 채, 소비자에게 우회적으로 보험료 부담만 더한 미봉책"이라고 비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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