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기업들은 영업이익과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는 성장세를 누렸다. 그러나 국내 고용은 거꾸로 움직여, 지난 5월 9%대에 진입한 실업률이 지난달 9.8%까지 상승했다. 29일 AP통신에 따르면, 이처럼 기업과 경제가 따로 노는 이유는 기업의 해외진출에 있다.
미 기업은 올해 해외에서 140만명을 신규 채용한 반면, 미국에선 채 100만명도 고용하지 않았다. 중장비 업체 캐터필러가 올해 새로 뽑은 1만5,000여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해외 고용이었다. 화학업체 듀퐁은 아예 2005~09년 국내 인력을 9% 줄이고, 아태지역 직원을 54% 늘렸다. 코카콜라 역시 직원 9만3,000명 가운데 미국인은 고작 13%인데, 이마저 5년 전에 비해선 19% 감소한 것이다. 미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소(EPI)는 이런 현상에 대해 "미국기업에 좋은 것과 미국경제에 좋은 것에 현격한 차이가 발생했다"고 짚었다.
미국 기업들의 해외 아웃소싱은 20여년째 계속되는 현상이다. 그러나 브라질 중국 같은 거대시장이 성장하고, 개도국에서 중산층이 부상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해외생산 제품들이 미국이 아닌 현지에서 그대로 소비되는 것이다. 미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가 작성, 발표하는 주가지수인 S&P500지수에 편입된 대기업만 따져도 최근 2년간 매출 절반이 해외에서 발생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서 2015년에는 아시아 중산층이 유럽과 북미 중산층을 합한 것과 같게 된다. 코카콜라가 최근 중국 필리핀 등 3곳에 32억4,000만달러의 신규투자를 결정한 것도 10년 뒤 아프리카 중국 인도에서 10억명의 중산층이 출현한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듀퐁 매출에서 국내 비중이 3분의 1에 그칠 만큼, 미국 소비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니틴 노리아 하버드 경영대학원장은 "기업이 번창하는데, 국민이 고통 받는다면 기업인들은 사회적 책임을 저버린 것"이라며 상생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촉구했다.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경제학 교수는 기업 해외이전이 노동력의 질에 차이가 없어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젊은이들을 제대로 교육하지 못하는 미국은 심각한 대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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