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부채가 기업차원의 자구 노력만으로 해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구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보금자리주택사업과 임대주택 건설 등 사실상 정부를 대신해 서민주택 공급 기능을 떠맡고 있어, 정부도 LH의 재정난이 장기화하는 걸 원치 않는다.
그래서 국토해양부는 LH의 자체정상화 방안과는 별도로 비용 부담을 줄이고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정책 지원책을 준비 중이다. 29일 국토부 관계자는 "LH가 정부에 건의한 사항을 중심으로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이라며 "내년 2월께 구체적 지원 방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방안이 학교용지ㆍ시설비용 부담 완화다. LH는 신도시나 택지개발지구에 새로 짓는 학교 용지를 무상 공급하고 수도권에서는 학교 시설 비용까지 부담하고 있는데, 이를 지방자치단체나 교육청도 일부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조성원가의 50% 정도로 용지ㆍ시설을 공급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신규 개발지구의 녹지율을 하향 조정해 LH가 개발 이익을 더 늘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녹지율이 20%대 초반이었던 1기 신도시에 비해, 2기 신도시는 녹지율이 30% 수준까지 높아져 LH로서는 원가 및 분양가 상승 부담을 졌다는 얘기다. LH는 아예 녹지율 상한선을 설정해 달라고 국토부에 요구해 놓은 상태다.
국토부는 이와 함께 대규모 개발 사업시 필수적으로 수립해야 하는 광역교통개선대책에서도 LH의 비용 부담을 덜어줄 계획이다. 도로와 철도 시설을 짓는데 투입되는 비용을 정부나 지자체가 아닌 LH가 떠맡는 구조를 고치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경기 평택 고덕신도시의 경우 이곳에 들어설 KTX역사의 신설 비용 및 환승 센터 설치 비용을 전액 LH가 부담하고 있다. 심한 경우는 총사업비의 30% 정도가 광역교통대책 비용으로만 들어가는 만큼, 이런 부담을 덜어주면 그만큼 LH의 경영정상화가 수월해지게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선 지자체에서 지역 기반시설과 관련한 민원을 LH에 떠넘겨 해결하려는 경우도 있다"며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합병 직전에 덩치를 키우려고 불리한 조건을 무조건 떠안아서 생긴 폐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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