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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분열이 단결보다 소중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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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분열이 단결보다 소중한 이유

입력
2010.12.29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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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이래 남북한은 오랫동안 적대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체제 경쟁을 지속했다. 한국전쟁의 피해를 일찍 복구한 북한은 근대화에 성공하면서 1960년대까지 경제적으로 남한을 압도하였다. 이 기간에는 북한이 남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남한이 뒤늦게 산업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남북한의 경제력 격차는 점점 줄어들었고, 1970년대를 지나면서 남북한의 상대적 지위는 역전되었다.

다원적 민주화로 북한 체제 이겨

남한의 경제력 우위는 1980년대를 지나면서 더욱 확대되었고, 현재 남한은 G20(주요 20개국)에 들 정도의 국력을 갖게 됐다. 반면 북한은 만성적 식량난에 시달리는 최빈국의 하나가 되었다. 따라서 최소한 경제적인 차원에서 남북한 체제 경쟁은 마감하였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남북한 체제 경쟁은 경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한 동안 남북한의 스포츠는 마치 전쟁에 비견할 정도로 필사적이었다. 북한이 1966년 월드컵 축구에서 8강에 진출하자 남한은 중앙정보부가 주도하는 축구단을 만들 정도였다. 종목을 불문하고 남북한 경기는 국민적(?) 관심사였고, 여기서 패한다는 것은 거의 역적질에 다름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경제뿐만 아니라 스포츠 전반에서도 남한은 북한을 압도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북한의 몰락과 남한의 상승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분석이 가능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것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동구 사회주의권의 몰락에서 보듯이 최소한 근대화와 산업화의 전략으로 자본주의는 사회주의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효과적이었다.

세계사적 차원에서 자본주의의 사회주의에 대한 승리나 남북 체제경쟁에서 남한이 북한을 압도하는 현실이 자본주의의 완결성은 증명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상이 아니라 현실로 존재하였던 사회주의 체제가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었다는 것은 분명히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비록 경제적 문제로 사회주의 국가들이 자본주의로의 체제 전환의 길을 걷게 되었고 북한의 경우 경제적 피폐에 시달리고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북한을 포함한 사회주의 국가들이 정치적 민주화와 문화적 다양화, 그리고 근대 정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 존중에 실패한 것이다. 동서독의 경우에서 이러한 현상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서독이 단순히 물질적 우월성에 기초해서 동독을 흡수한 것이 아니다. 민주적 정치체제와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 탄탄한 복지제도가 통일의 기반이 되었다. 남북한 체제 경쟁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효과적인 경제 전략이 주효하였다고는 하지만 지속적인 민주화 추진과 시민사회의 성장, 다원적 문화구조의 정착, 인간에 대한 존중과 같은 요소들이 결과적으로 남북한 체제 경쟁에서 이긴 근본 동력이라는 점이다.

'일심단결'은 북의 상투적 구호

최근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고, 남북 긴장이 고조되면서 부쩍 강조되는 말 가운데 하나가 '단결'이다. 심지어 북한의 도발이 남한의 분열을 조장하기 위해서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공식 입장이나 주류적 사고와 다르면 적을 이롭게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심지어 법적 제재를 시도하기도 한다. 헌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 자체로 범법행위가 되었던 유신시대 긴급조치(최근 대법원에서 무효 판결이 확정되었다)가 떠오른다.

이와 같은 분위기는 한마디로 '일심단결'인데, 이것은 북한에서 가장 좋아하는 구호라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남한이 산업화를 완성하고 IMF구제금융 사태와 같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강력한 리더십과 일방적인 국민 통합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절대적 지도력과 철저한 통합 체제를 유지한 북한의 오늘날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는 일이다. 단결을 강조하는 것이 거북하고 분열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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