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날씨가 추워 어깨를 움츠리다 보니 어깨 근육의 수축과 경직이 심해지는 탓이다. 하지만 날씨 탓으로 돌리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치했다가는 50세를 전후로 나타나는 오십견으로 악화할 우려가 있다. 오십견이 생기면 어깨가 굳어 양팔을 뒤로 마주잡기 어려울 정도로 아프다. 처음에는 어깨관절 주위에만 나타나던 통증이 점차 손목으로까지 범위를 넓혀간다. 오십견 치료법과 오십견과 혼동되는 질환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본다.
어깨 관절이 퇴행해 염증이 생겨
오십견은 어깨관절의 관절낭이 닳아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유착성 관절낭염’이라고 한다. 어깨가 얼어붙은 것처럼 움직이기 힘들어‘동결견’이라고도 부른다. 오십견이 생기면 어깨 부위가 쑤시고, 팔을 올리고 내리고 펴는 동작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등 어깨관절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 특히 밤에 통증이 심해지고 뒷목이 뻣뻣하며 아픈 쪽으로는 돌아눕기조차 힘들어 밤잠을 설치게 된다.
오십견의 원인은 다양하다. 나이 들어 어깨관절이 퇴행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당뇨병과 갑상선질환, 결핵 등과 같은 전신질환과, 어깨근육이나 인대의 염증 및 파열로 인해 생길 수도 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주로 40~70세에 발병하며, 50세 이상이거나 당뇨병이 있으면 발병 위험이 5배 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나이가 어리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부상이나 외상 등으로 어깨관절을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거나, 어깨관절에 무리가 가서 어깨 관절낭이 갑자기 퇴행한 경우에는 젊은이에게도 생긴다.
오십견은 보통 3~4개월 정도 아파 관절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다 증세가 서서히 좋아진다. 1~2년 정도 지나면 자연히 증상이 없어지지만, 그 뒤에도 관절을 움직이는 데 불편한 경우가 많다.
오십견 치료에는 소염제나 근육이완제 등 약물치료나 주사요법이 주로 쓰인다. 통증이 심하면 관절 내에 주사로 약을 투여해 염증을 가라앉히고, 통증이 줄어들면 운동치료를 한다.
집에서도 할 수 있는 간단한 자가 운동치료법으로는 아픈 쪽 손에 추(錘) 역할을 하는 물건을 쥐고 허리를 숙인 상태에서 팔에 힘을 뺀 다음, 앞뒤로 흔들거나 크게 원 그리기를 반복한다. 손가락을 벽에 대고 걷듯이 올라가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렇게 해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상황에 따라 전문 운동치료법을 쓴다. 이상준 제일정형외과 진료과장은 “이 방법을 몇 개월 동안 지속해도 호전되지 않으면 ‘수압치료 후 수동운동요법’이나 ‘관절경수술’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압치료 후 수동운동요법은 수술 없이 간단하게 오십견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환자가 통증을 느끼지 못하도록 수면마취를 한 상태에서 오그라져 있는 관절막에 생리식염수와 관절조영제를 넣어 관절막을 팽창시킨 후 의사가 5~10분 정도 관절운동을 시행해 관절막 안에 남아 있는 유착된 조직과 근육을 풀어주는 방법이다. 모든 과정이 15~20분 만에 끝나며, 시술 후에 곧바로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치료 전에 정밀검사를 하고, 관절염으로 인해 관절이 굳어 있거나 인대가 완전히 파열됐다면 이를 먼저 치료해야 한다. 또 시술 뒤에는 의사 지시에 따라 자가 운동요법을 통해 관절낭이 다시 유착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깨 아프다고 모두 오십견 아니다
하지만, 어깨가 아프다고 무조건 오십견으로 단정하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 단순히 어깨가 아프다는 이유로 어깨관절충돌증후군과 회전근개파열, 석회성건염, 목디스크 등을 오십견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어깨관절충돌증후군은 오십견과 증상이 흡사해 오인하는 사례가 많은 질환이다. 어깨관절충돌증후군은 어깨를 처마처럼 덮고 있는 견봉 부위와 어깨 힘줄이 부딪쳐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팔을 90도 들어올릴 때 가장 아프다. 증상이 약할 때에는 뒷주머니에 손을 넣거나 뻗어서 물건을 집을 때 따끔한 정도로 가볍게 아프다가, 시간이 지나면 밤에 아픈 쪽으로 누우면 잠을 제대로 못 이룰 정도로 심하게 아프다. 관절 퇴행이 시작되는 40세 이상과 라켓운동을 즐기는 사람, 선반과 찬장 같은 곳에 물건을 오르내리는 일이 많은 사람에게 잘 나타난다.
회전근개파열은 어깨에 있는 4개의 힘줄(회전근개) 가운데 하나가 끊어지거나 손상돼 어깨가 아픈 질환이다. 무리한 운동이나 교통사고, 반복작업 등으로 어깨에 충격이 가해지는 것이 원인이다. 어깨를 들어올리기 힘들고, 아픈 쪽 어깨로 돌아눕지 못하며, 통증이 목과 팔로 퍼져서 목 디스크로 오인되기도 한다.
목디스크로 인해 생긴 어깨 통증을 오십견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경우에는 목덜미 자체가 아프다기보다 머리나 어깨, 가슴, 옆구리 등 다른 부위에서 먼저 아프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환자 스스로 목디스크로 판단하기 쉽지 않다.
석회성건염은 나이 들면서 회전근개에 쌓인 석회성 물질이 관절염을 일으켜 어깨가 심하게 아픈 질환이다. 어깨 속의 힘줄 안에서 석회(돌)가 생기면서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아프며, 통증이 몇 개월씩 지속되기도 한다.
이처럼 어깨 통증이 생기는 원인은 다양하므로, 속단하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은 뒤 치료해야 한다.
일러트스=김경진기자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