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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글쓰기의 다이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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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글쓰기의 다이어트

입력
2010.12.29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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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가 오늘로 308회를 맞는다. 신문이 나오는 날이면 빠짐없이 글을 썼다. 글쓰기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처음에는 힘이 들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몸에 익숙해져갔다. 뭐랄까, 사람이 먹어야 살 수 있듯 하루치의 원고부터 써야 다른 일을 할 수 있었다. 쓰지 않고서는 마음대로 아플 수도 없었다.

내 전임 필자인 소설가 하성란씨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을 때 충분한 준비 없이 긴 연재가 시작되었다. 그 당시 내 몸 상태는 최악이었다. 동티모르에서 감염된 말라리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가장 심한 후유증이 '부종'이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부종은 나를 '눈사람'으로 만들어 놓았다.

내 몸무게는 평균적으로 73㎏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그 후유증으로 83㎏이 나갔다. 퉁퉁 부은 얼굴과 손과 발이 끔찍했다. 나는 그 손으로 글을 써야했고, 그 발로 길을 걸어야 했다. 나의 글쓰기는 기존의 내 몸에 10㎏의 물통을 지고 글을 쓰는 일이었다. 고통스러웠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내 몸의 물이 빠져나가기 시작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울이 그 사실을 증명했다. 결국 나는 '길 위의 이야기'란 연재를 통해 내 몸의 물통을 다 비워버렸다. 규칙적인 글쓰기가 운동이 된다는 사실을 나는 몸으로 체험했다. 오늘 아침 저울 위의 내 몸무게는 73.3㎏. 길 위에서 나는 '복원'되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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