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온지 벌써 3년이 지났다. 독일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해 아시아로는 중국과 일본에 이어 만난 나라가 한국이다. ‘더 나은 삶을 위한 과학’이라는 비전으로 헬스케어, 화학 신소재, 바이오사이언스 영역에서 140년 이상 연구와
혁신을 추구해온 회사에서 일하고 있어 유난히 과학에 관심이 많다. 과학에서 파생된 새로운 기술은 사회 발전에 큰 영향을 준다. 과학에 대한 투자와 진정성은 한 사회의 미래를 결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한국은 과학분야 투자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듯 하지만, 사회적으로나 정책적으로 과학 연구에 몰두하는 연구원들의 대우와 환경 개선에 적극성이 부족하다. 대표적 생명공학 바이오 단지인 오송 생명과학단지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연구시설은 훌륭하지만 수도권과 비교해 접근성과 거주지로서의 매력은 부족했다. 일부 연구원들은 가족과 떨어져 지낼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아쉬웠다. 독일의 대표적 바이오사이언스 단지가 있는 바이에른주의 중심도시 뮌헨은 교육 경제 사회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살고 싶은 도시로 손꼽힌다.
물론 한국의 IT, 자동차 등의 기술발전 속도에 비춰 보았을 때 미래는 긍정적이다. 한국은 혁신적인 기술을 어떤 나라보다도 빨리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로 만들어 내는 놀라운 열정을 지녔다. 또 청소년들의 열정과 가능성을 여러 차례 경험하기도 했다.
바이엘은 유엔환경프로그램(UNEP)과 장기 파트너십을 맺고 있어 지난해 대전에서 열린 ‘세계 어린이ㆍ청소년 환경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다. 전세계에서 모인 9세~15세 어린이들이 과학과 환경이라는 다소 어려운 주제를 아우르는 토론을 펼쳤다. 어린 나이에 불구하고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 있게 의견을 발표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전 세대와 비교해 훨씬 이른 나이에 폭넓은 지식과 정보에 노출되어 온 청소년들의 모습다웠다.
과학적 사고와 과학에 대한 흥미를 어린 시절부터 키우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청소년들의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과학 전공에 열광적이지 않다고 들었다. 독일의 과학 교육은 청소년들이 흥미로운 과학 실험에 참여, 과학이 우리 생활에 얼마나 큰 도움을 주는지를 쉽게 알 수 있도록 돕는다. 한국 학생들은 어린 시절부터 대학 진학을 위한 엄청난 학습과 정형화한 교육 방식 때문에‘즐거운 과학교육’을 체험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과학 교육은 더 매력적인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과학적인 사고력을 강화하는 학습 방법을 개발하고, 다양한 기초과학을 주제로 실험 수업을 적극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기업과 대학의 협력을 통해 실용 과학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독일에서는 이러한 과학교육 프로그램이 아주 많다. 바이엘도 오래 전부터 ‘BayLab’이라는 시설을 여러 곳에 만들어 어린이ㆍ청소년 대상의 다양한 과학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한 프로그램의 명칭은 ‘Make Science Make Sense’ 이다. 무엇보다 과학을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고, 친근하게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의 미래인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좀 더 실용적이고 장기적인 과학교육 정책이 필요하다. 기업도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훌륭한 과학 인재를 양성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도 장기적 투자가 될 것이다.
프리드리히 가우제 ㈜바이엘 코리아 대표이사 주한 유럽상의 제약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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