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28일 천막을 접었다. 지난달 8일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 처리에 항의하며 거리로 나섰던 손 대표는 이날 서울 지역 규탄대회를 끝으로 3주 간의 1차 장외투쟁을 마무리했다. 30년 만의 혹한에도 불구하고 전국 16개 시ㆍ도를 누비며, 천막에서 칼잠을 자던 그의 열정적 투쟁은 어떤 평가를 받을까.
지난 9일 서울광장에서 손 대표가 처음 농성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시민들의 반응은 썰렁했다. 하지만 원내에서 복지 서민예산 삭감을 집중 부각시키고, 손 대표 특유의 열성이 맞물리면서 서명운동에 호응하는 시민들도 늘어나 10만명을 넘어섰다.
한 핵심 측근은 "손 대표가 얻은 것은 민심과 당심"이라며 "현장에서 접한 바닥 당원들의 여론도 좋았고 누구보다 열심히 싸우는 손 대표를 격려하는 시민들도 투쟁 막바지로 갈수록 늘어났다"고 전했다. 예산안 몸싸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손 대표가 천막농성 노숙투쟁으로 희석시킨 것도 성과였다.
손 대표의 야성(野性) 확인도 큰 수확이다. 한 재선 의원은 "투쟁 속에서 손 대표가 야당 지도자로 확실히 각인됐고,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뗀 것 아니냐"며 "10월 전당대회 후 3개월 만에 당에 안착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투사 손학규' 이미지는 민주당 집토끼를 잡는 확실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부정적 평가도 상존한다. 손 대표의 일부 측근 의원과 당직자를 제외하곤 한겨울 장외투쟁에 열성을 보이는 의원들은 많지 않았다. 그나마 투쟁을 이만큼 끌고 온 것도 박지원 원내대표의 독려 덕분이라는 지적도 있다. 손 대표에 비판적인 한 초선 의원은 "의원들과의 화학적 결합은 아직 멀었고, 너무 측근 중심이어서 공조직과 함께 가지 못했고, 주변의 폐쇄성은 강화됐다"고 꼬집었다. 연말이면 야당이 으레 하는 장외투쟁으로 인식되며 중도층을 잡는 데 실패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유력한 야당 대선주자임에도 그의 지지율은 반등할 기미가 없었다. 그러나 손 대표의 측근은 "투쟁을 열심히 한다고 곧바로 지지율이 올라가지는 않는다. 새해 2차 투쟁부터 정책과 대안 중심의 희망캠페인을 갖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면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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