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사업에만 전념한 일부 벤처기업들이 올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한우물 벤처기업들의 1조 매출 시대가 처음으로 열리는 셈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방송수신용 셋톱박스 업체인 휴맥스와 게임개발업체 넥슨이 올해 각각 1조원 매출을 올릴 전망이다. NHN이 지난해 1조2,300억원의 매출을 올리긴 했지만 원래 주력 사업인 포털 서비스 외에 합병한 한게임의 게임산업 매출이 포함됐다. 따라서 창업 당시 사업을 유지하며 1조원 매출 벽을 넘어선 것은 휴맥스와 넥슨이 처음이다.
휴맥스는 변대규 사장이 1989년에 설립한 벤처기업으로, 아시아에서 최초이며 세계에서 3번째로 디지털 위성방송 수신용 셋톱박스를 개발했다. 앞선 기술력 덕분에 일찍부터 해외 시장에 진출해 90여개국에 셋톱박스를 판매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셋톱박스 1, 2위 업체인 모토로라, 시스코와 함께 세계 최대 위성방송업체인 디렉TV에 셋톱박스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해외 법인 포함 8,027억원이었으며 올해는 25% 이상 증가해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1세대 벤처기업 가운데 처음이자 유일하게 1조원 매출을 열었다.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7.5%에서 올해 8%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이 업체는 해외 매출 비중이 무려 98%에 이를 만큼 수출 물량이 절대적이다. 올해도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시장과 뜻하지 않은 중동 시장에서 판매가 이뤄지면서 매출이 늘었다. 휴맥스 관계자는 "미국 디렉TV에 공급하는 물량만 3,000억원대이며 일본에서 1,000억원,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 등 중동에서 700억원대 매출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덕분에 이 업체는 종무식을 30, 31일 이틀 동안 정동진에서 1박2일로 치른다. 변 사장을 포함해 600명 전직원이 모여서 해돋이를 보며 신년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다. 또 푸짐한 성과급도 지급될 예정이어서 직급에 따라 1,000만원이 넘는 상여금을 받을 수 있다.
내년에는 실시간 방송을 보면서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IP 하이브리드 셋톱박스를 개발해 올해보다 매출을 10% 이상 늘릴 게획이다. 휴맥스 관계자는 "영국 BBC가 IP 하이브리드 방송을 준비중이어서 유럽 시장을 공략해 볼 만 하다"며 "내년 1월에 열리는 미국 가전전시회(CES)에도 참석해 동향을 둘러보겠다"고 강조했다.
게임업체 넥슨도 올해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1994년에 김정주 사장이 설립한 이 업체는 '바람의 나라''카트라이더''메이플스토리''던전앤파이터' 등의 인기 게임을 제공하고 있다. 이 가운데 메이플스토리는 동시접속자수가 최근 35만명을 넘어서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덕분에 매출이 지난해 7,000억원대에서 올해 40% 이상 신장한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 업체도 휴맥스처럼 게임이라는 한 가지 사업에 주력했으며, 국내 뿐 아니라 해외로 적극 눈을 돌린 것이 매출 신장의 비결이었다. 일본에 이어 북미, 유럽에 법인을 세워 현지 시장을 파고 들었다.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하다 보니 증시 상장도 일본에서 먼저 추진한다. 구체적 일정은 미정이지만 일본 법인인 넥슨재팬이 노무라증권을 주간사로 내년 상반기 중에 도쿄 증시 상장을 추진한다. 업계에서는 넥슨재팬이 상장되면 시가총액이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 지주사인 NXC의 김정주 사장은 7조원의 지분 평가이익을 올려 이건희(8조7,333억원) 삼성전자 회장에 이어 국내 두 번째 부자로 부상하게 된다.
넥슨은 내년에도 해외 시장 확대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넥슨 관계자는 "미진출 지역과 이제 갓 발을 디딘 해외 시장에 주력할 예정"이라며 "남미의 브라질, 러시아 시장 등을 눈여겨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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