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 생활에서 다양한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조치와 정부의 5·24 대북제재 조치 이후 북한 장마당(시장)의 풍속도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28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초청 특강에서 "'뺑때바지'(스키니 진)가 유행하면서 평양 처녀들의 모습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그에 어울리는 옷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와 '평양에 왜 중국 사람이 이렇게 많으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평양 주민들의 옷차림이 바뀌었다"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북한의 '히트상품'으로 꽃게와 송이버섯, 순대, 인분 등을 꼽았다. 그는 "고급 수출품이던 송이와 꽃게의 경우 대남·대일 수출이 중단된 후 북한의 장마당을 통해 일반주민들에게 공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부로부터의 비료 지원이 끊기면서 인분이 최고의 비료로 등장해 '인분 가게'까지 등장했고, 북한 당국이 민심을 사려고 군에 공급하던 돼지를 주민들에게 공급하면서 부속물인 순대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장마당에서는 상인들이 한국업체가 만든 신라면을 아예 상자 채 가져다 놓고 팔고 있고 한국 TV드라마나 '색깔영화'(성인영화)를 담은 '알판'(DVD)이 많이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 생활의 변화뿐 아니라 군대의 이완된 모습도 관측되고 있다. 탈북자단체 NK지식인연대는 이날 북한 현지소식통을 인용, "국경경비대의 군관(장교)과 사관(고참병) 상당수는 밀수꾼들과 손잡고 인신매매, 마약밀매를 벌이는가 하면 돈을 받고 주민들의 탈북을 눈감아주는 등 돈벌이에 혈안이 돼 있다"고 전했다. 이 단체는 "비상경계령이 떨어진 지난 21일에도 회령 주민 여러 명이 경비대의 보호 아래 두만강을 건넜다가 중국 변방대에 붙잡혀 북송되는 사건이 있었다"고 전했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중 국경지역의 경비대나 보안기관의 경우 북한 당국의 집중 감시나 검열이 없으면 걷잡을 수 없이 와해될 지경"이라며 "탈북자나 마약 밀거래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고 있으나 조직적으로 이뤄져 단속이 쉽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 내부의 이 같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체제를 뒤흔들만한 움직임은 아니다"고 진단하고 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북한 일부 주민의 변화를 전체적인 것으로 보는 것은 북한 사회를 왜곡해서 해석할 수 있다"며 "아직 북한 사회 전체가 변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김영수 교수도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된 북한 내부 변화가 밑으로부터 변화를 추동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변화가 어떤 의미인가를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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