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이 크리스마스 연휴인 25일 저녁 전격적으로 기준금리(예금)를 2.50%에서 2.75%로 올리자 해석과 뒷얘기가 분분하다. 첫째는 11월 물가상승률이 당초 공언해온 상한목표선(3%)을 훌쩍 넘어 5.1%에 달했고 실질 금리 역시 장기간 마이너스 상태여서 인플레와 부동산시장 거품 우려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다는 불가피성이다. 다른 하나는 유연한 시장지향성이다. 최근까지도 인민은행은 지급준비율을 6차례나 인상하면서도 경기 악영향을 염려해 금리 인상엔 손사래를 쳤으나 인플레 조짐이 포착되자 태도를 바꿨다.
■ 글로벌 금융시장은 중국의 '성탄절 기습'에 당황했지만, 긴축보다는 속도 조절 또는 숨 고르기에 무게를 싣고 되레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중국경제의 연착륙을 기대하는 눈치다. 인민은행이 말보다 행동을 앞세우며 "입보다 발을 보라"는 중앙은행의 경구를 확립한 것에도 호의적 평가가 많다. 위안화 절상과 핫머니 유입 등의 부작용을 감안하면서 통화정책의 원칙을 지켰다는 것이다. 늘 한 발 늦은 뒷북 금리결정과 고장난 깜빡이로 시장의 불신을 자초한 한국은행의 부담은 한결 커졌다. 실기(失機)의 비용을 다시 계산해야 할 판이다.
■ 흥미로운 것은 인상폭이다. 중국은 서방과 달리 금리를 올리거나 내릴 때 0.09%포인트(P)의 배수를 택해왔다. 숫자 9가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전통적 믿음에서다. 실제로 2007년 3월부터 12월까지 6차례에 걸쳐 4.14%로 올릴 때 주로 0.27%P, 가끔 0.18%P이나 0.36%P을 택했고 이후 2008년 12월까지 4차례에 걸쳐 2.25%로 내릴 때도 그랬다. 그러나 지난 10월 22개월 만에 금리를 올릴 때 처음 0.25%P를 내놓았고 이번에도 그 기조를 이어갔다. 서구언론이 "주요국의 관행에 동참하겠다는 중국의 제스처"라고 의미를 부여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른 이런 결정이 정치 외교 안보 경제 이슈 등에서 국제적 규범이나 표준보다 부쩍 자국의 이익과 힘을 앞세우는 중국의 태도변화를 반영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한중 교역이 올해 2,000억달러를 넘어 전체의 22%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보면 작은 움직임에도 의미를 두게 된다. 11월까지 대중 수출은 1,058억달러, 대중 수입은 652억달러를 기록했다. 교역에 관한 한 중국이 우리 안방은 물론 아랫목까지 차지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 속도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경인년이 던진 또 하나의 숙제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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