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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바다의 연필, 꽁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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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바다의 연필, 꽁치

입력
2010.12.2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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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치잡이 창진 305호의 캡틴, 시인 선장 이 선장이 돌아왔다. 봄바다에서 떠났던 그가 겨울바다로 돌아왔다. 귀항 전화가 오고 그가 잡은 꽁치가 그보다 먼저 택배로 왔다. 6개월 이상 북양 추운 바다에 떠있던 배의 안전진단을 마치고 나서 찾아오겠다며 꽁치를 먼저 보내왔다.

건강을 물었더니 건강하다고 했다. 어획량을 물었더니 40명 선원이 1,200톤의 꽁치를 잡았다고 한다. 초반에는 부진을 면치 못하다 마지막 대추적으로 지난해보다 100톤 더 잡았다고 했다. 꽁치 1,200톤이라니! 어느 수학자가 있어 마리 수를 계산해 낼 수 있을까만 쌓으면 가히 산 하나는 만들 것이다.

꽁치 잡는 바다사람들이 있어 올해도 우리는 '국민 생선'인 꽁치를 손쉽게 먹을 것이다. 그 꽁치로 포항 구룡포에서는 과메기가 만들어지고 우리들의 겨울 밥상에 생소금을 철철 뿌려 구운 꽁치구이가 오를 것이다. 꽁치는 비록 이름 끝에 '치'가 붙어 제사상에는 오르지 못해도 구이로, 찌개로 우리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상자를 풀어보니 몸은 늘씬하고 입은 뾰족한 것들이 '바다의 연필'처럼 가지런하게 줄지어 누워있다. 이번 항해에도 이 선장은 바다에서 꽁치로 쓴 시와 소설을 가득 싣고 왔을 것이다. 친구가 보내온 싱싱한 꽁치를 생소금을 뿌려 굽는다. 검푸른 북양을 통째로 굽는 냄새가 은현리 마당 가득 퍼져 나간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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