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만 열심히 하라고 말하는 게 학교라면 학원과 다를 바가 없어요. 학교가 사교육보다 경쟁력을 가지려면 ‘재미’가 있어야 해요.”
지난해 학급 이름에 담임교사의 실명을 적어 ‘김철수 선생님반’, ‘이숙희 선생님반’ 등으로 부르는 담임실명제를 도입해 화제가 됐던 이경희 서울 영림초등학교 교장이 ‘사교육 잡기’의 방안으로 ‘즐거운 학교’를 제시했다.
이경희 교장은 “공교육과 사교육을 선택하는 것이 학생과 학부모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단순히 ‘사교육을 없애자’는 구호를 외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학교가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고, 가장 큰 방향은 학교에서 재미있게 놀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영림초등학교는 2007년부터 방학기간 중에도 학교에서 다양한 방과후 교실을 열고 있다. 여름방학은 ‘매미교실’, 겨울방학은 ‘눈꽃교실’이란 이름으로 운영된다. 수학영재반, 영어암기반, 일본어, 과학 등 학과 공부를 비롯해 바둑, 단소, 발레, 피아노, 영상사진반 등 예체능 취미활동까지 과목도 다양하다.
학생의 학력 증진에 중점을 둔 다른 학교 방과후 프로그램과 달리 영림초등학교에는 재미가 우선이다. 비만클리닉 프로그램에선 살을 빼고 싶은 학생들이 모여 음식과 칼로리를 직접 계산하고, 적당한 운동법을 알아보는 식이다.
때문에 ‘스스로학습반’을 비롯한 영재학급, 맞벌이 가정을 위한 방학 중 급식 제공 등 시범적으로 실시한 사업들이 학부모들의 요청으로 4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이 교장은 “작은 생각들이 큰 변화를 이끈다”며 “큰 정책의 변화보다 ‘즐거운 학교’라는 작은 실천이 공교육을 더욱 강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철현 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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