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야와 신년을 보다 독특한 무대와 함께하는 것은 어떨까. 현대음악이든 고전적 작품이든, 현재의 관객과 같은 위치에서 대화를 건네는 무대들이 기다린다.
음악동호회가 만든 현대음악 제야 무대
그간 한번도 무대화의 기회를 갖지 못한 국내 작곡가들의 현대음악이 올해의 마지막 날, 첫 무대에 오른다. 교수, 의사 등 각계에서 활동 중인 오디오ㆍ음악애호가들의 동호회인 하이파이뮤직 운영진 6명(대표 김형일 수원여대 교수)이 고른 신작 10곡이 31일 오후4시 금호아트홀에서 최초로 무대에 오른다. 하이파이뮤직 인터넷 사이트(www.hifimusic.co.kr)는 진공관 앰프 등 오디오를 중심으로 클래식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담고 있는데 누적 방문객이 14만여명을 헤아린다.
이만방씨의 클라리넷 바이올린 피아노 3중주곡 ‘그래도 못 다한 말’, 정현수씨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음풍농월’ 등 10곡마다 해설이 따른다. 프로그램 연주회 ‘오박사의 재미있는 클래식’을 운영 중인 서울시향 공연기획 자문인 오병권씨가 설명을 담당하는 이 무대에서 선율을 빚어내는 이들은 서울시향 바이올린 수석 임가진씨 등 13명의 수석급 연주자들이다.
객석이 기획했다는 점이 이 무대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호영(철학 강사), 이완근(변호사), 오영모(건축가)씨 등 하이파이뮤직 운영진이 10개월에 걸쳐 1,300여 곡의 후보 작품 중에서 추려낸 작품들로 무대를 꾸민다. 이들 창작곡은 음반으로 거듭날 준비도 하고 있다. 무대를 만든 Lim-AMC 대표 서정림씨는 “현대음악이 난해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고자 한다”며 “창작 음악이 일반과 소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02)589-1002
관객 눈높이 ‘세빌리아의 이발사’
12년간 오페라 무대를 만들어 온 OTM컴퍼니는 모차르트의 ‘세빌리아의 이발사’를 신년 무대로 선택, 원작의 각색과 피아노 반주로 우리 시대에 다가선다. ‘재미있는 오페라, 해설이 필요 없는 오페라’라는 부제를 단 이 무대의 눈높이는 현재 한국인에 맞췄다.
이재포, 윤동환씨 등 탤런트들이 출연하는 것은 물론 원래의 코미디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벼운 에피소드를 추가하기도 한다. 연출자 박경일씨는 “오페라에서 뜻도 모르는 원어에 집착하다 보면 웃음은 뒷전이기 십상”이라며 “관객과 함께 호흡해야 한다는 오페라 본연의 의미를 살려보자는 것”이라고 했다. 반주는 김수민씨 등 3명의 피아니스트가 맡는다. 김태완, 고선애씨 등 출연. 내년 1월 7일~2월 28일 세실극장. (02)926-8064
신수정ㆍ박흥우의 ‘겨울 나그네’
올해 일곱번째 협연 무대를 갖는 원로 피아니스트 신수정(68ㆍ서울대 음대 명예교수), 중견 바리톤 박흥우(49)씨의 겨울 여행은 연말연시의 들뜬 공기를 차분히 가라앉힌다. 2004년 모차르트홀 개관 이래 매년 연말 두 사람이 협연, 극장을 가득 메운 청중의 뜨거운 박수를 끌어낸 슈베르트 가곡집 ‘겨울 나그네’ 완주 무대다. 두 사람의 뒤를 받쳐주는 해설 자막은 객석을 시심에 빠져들게 하는 제3의 협연자가 된다.
피아노와 노래가 서로를 어루만지며 고독한 사내의 내면을 그리는 24편의 곡이 펼쳐질 현장은 가곡발표회의 전범을 제시한다. 신수정씨는 “이 곡에서 피아노는 반주가 아니라 또 다른 솔로”라며 “박씨와 나는 초여름에는 슈만의 가곡 ‘시인의 사랑’으로 다시 모차르트홀에서 동지로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30일 오후 7시30분. (02)3472-8222
장병욱기자 a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