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예보기금 '공동 비상금' 커지는 논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예보기금 '공동 비상금' 커지는 논란

입력
2010.12.28 12:15
0 0

예금보험기금 공동계정. 이름도 낯선 이 뭉칫돈을 두고 정부와 금융업계가 연일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저축은행발(發) 부실 확산을 막으려는 정부(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는 예보기금 안에 '비상용' 공동계정을 신설하자는 입장인 반면, 은행ㆍ보험업계는 "왜 남(저축은행)의 부실을 우리(은행과 보험) 고객 돈으로 메우려 하느냐"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창과 방패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로 인한 저축은행의 위험은 갈수록 커지고, 하지만 이에 대처할 수 있는 실탄(예금보험기금)은 이미 바닥을 드러내는 상황. 결국 정부는 '예보기금 공동계정'이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예보는 금융회사 도산 시 예금자들의 돈을 보호하기 위해 평소 돈(기금)을 쌓아 놓는다. 물론 각 금융회사들이 예금보험료로 낸 돈이다. 기금은 은행ㆍ금융투자ㆍ보험ㆍ저축은행 등 6개 금융권역별 계정으로 칸막이가 설치돼 있는데, 정부는 각 계정에서 '십시일반'으로 돈을 갹출해 공동계정을 만들어 저축은행 비상사태에 쓰려는 것이다. 예보기금은 지난 8월말 현재 총 5조1,000억원이 적립 중이지만, 계정별로는 4조3,000억원을 쌓은 은행과 2조9,000억원의 생명보험과 달리 저축은행은 이미 3조2,000억원 적자가 난 상태다.

이승우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저축은행 계정 부실을 해결하려면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은 공동계정을 만드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저축은행의 자구노력 만으로는 당장 부실을 해결하기 어렵고 6개 권역별 계정을 모두 묶어 통합계정을 만드는 것도 계정 별 적립액 차이가 커 어렵다"며 별도 공동계정의 불가피함을 강조했다.

이후 이사철(한나라당) 의원 등 국회의원 10명이 이 같은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 형식은 의원입법이지만, 정부의지가 강력히 반영된 법안이었다. 진동수 위원장도 지난 13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내년도 업무보고를 통해 "국회 입법이 마무리되는 대로 조속한 시일 안에 공동계정을 추진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현재 금융위는 내년 2월 임시국회 중 통과를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은행과 보험권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저축은행 부실을 해결하기 위해, 왜 은행과 보험쪽 계정에서 돈을 내야 하냐는 것. 충분히 기금을 적립해 놓고 있고, 도산위험도 낮은 은행ㆍ보험권으로선 공동계정 설치가 반가울 리 없다.

신동규 은행연합회장은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공동계정은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목적이기 때문에 저축은행을 뺀 모든 업계가 불만"이라고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는 "공동계정에 내는 돈은 결국 은행 예금자나 보험 계약자의 돈에서 떼게 되는데 이들의 동의 없이 하면 큰 반발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우철 생명보험협회장 역시 28일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껏 3조원에 달하는 예보기금을 적립한 생보사들은 공동계정에 당연히 반대"라며 "결과적으로 위험보다 많이 쌓은 생보사에 비해 저축은행은 덜 쌓았던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당국ㆍ저축은행 책임"vs"금융권 공동책임"

민간 금융권은 무엇보다 저축은행 부실의 책임부터 따져야 한다는 입장. 정부가 그 동안 저축은행의 고금리 수신과 무분별한 투자를 방조해 부실이 쌓였는데 이를 결국에는 상대적으로 저금리를 택한 은행ㆍ보험 고객들에게 전가하려 한다는 것.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은 저축은행 부실이 전 금융권으로 전이될까 염려하지만 공동계정으로 이미 쌓아놓은 기금을 빼가는 것 자체가 다른 금융권의 부실 방어력을 약화시켜 잠재적으로 부실을 전이시키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은행권에서는 ▦우선 저축은행의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하고 ▦정책 실패의 책임이 있는 정부 역시 일정한 자금을 내는 동시에 ▦공동계정을 만들더라도 갹출 비율을 최소화한 대출 형식을 띠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입장은 다르다. 저축은행 부실이 심화되면 결국 은행 보험 할 것 없이 금융전체가 불안해질 텐데, 내 돈 네 돈을 따지는 것은 편협한 발상이란 것이다. 한 금융위 관계자는 "예보기금의 근본 취지는 기금이 예금을 보호해 주고 이를 통해 금융권이 안정을 찾는 것"이라며 법 개정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는 민간의 반발에 대해 "비상 상황에선 예보 기금이 대응하는 것이지, 계정이 대응하는 게 아니다"면서 "은행과 보험권에서는 결국 자기 돈은 손대지 말고 공적자금을 투입하라는 논리인데, 시중은행들이 10여년전 대규모 공적자금을 수혈 받았던 과거는 왜 기억하지 못하는 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 예보기금이란

예금업무를 취급하는 금융회사로부터 예금 잔액의 일정 비율을 보험료로 받아 적립해 두는 돈. 경영부실 등막?금융사가 예금을 상환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이에 따른 예금자의 손실을 보전해 주기 위해 마련됐다. 금융권역에 상관없이 1인당 5,000만원까지 보장된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