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방위력 증강 추세가 무섭다. 중국은 2001년부터 매년 17%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군사비 증가를 기록하고 있다. 몇 천년 아시아의 전통 대국으로 군림하던 중국은 아편전쟁에서 서구 제국주의 열강에 굴복해 '아시아의병자' 로 전락했다. 그러나 절치부심, 중화(中華)의 부흥을 열망하던 중국은 개혁개방 30년의 성과를 토대로 부국강병(富國强兵)의 국가 안전시스템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군력 증강에 주변국 우려
중국은 미국 수준의 국가가 되려면 국방력에서 대등해야 한다면서 경제 정치 군사 3개 방면에 걸친 힘의 균형적 발전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의 방위력 증강은 상당히 계획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지속적 경제성장으로 군비확장의 여력도 생겼지만, 중국은 1980년 이후 자국에서 싸우는 인민전쟁 전략으로는 세계 추세에 대응할 수 없다면서 국토 밖에서 적을 맞아 싸우는 적극 방위전략으로 군사전략을 수정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방위력 증강은 무기 첨단화와 근해 방위전략에 바탕을 둔 적극적 해양 진출로 표출되고 있다.
중국의 무기 첨단화는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다. 지난해 10월 중국은 건국 60주년 기념식 열병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장거리 지대지 순항미사일을 처음 공개한 것을 비롯, 50여종의 육·해·공군 최신 무기들을 선보였다. 사정거리 1만2,000㎞ 이상인 신형ICBM, 항공모함 전단을 공격할 수 있는 사정거리 2,000㎞의 탄도미사일, 그리고 첨단 조기경보통제기 등도 공개했다. 우주·사이버 전력 증강과 더불어 정보위성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또 2020년까지 항공모함 4척을 건조할 계획이며, 이 중 한 척은 내년 7월 취역한다는 보도도 나온다. 중국이 미국에 필적하는 군사 강대국 반열에 오르고 있음을 설명하는 것이다.
또 해양전략을 일본 오키나와 열도와 베트남 동쪽의 남중국해를 잇는 '제1 섬의 고리' 를 넘어 일본 본토와 필리핀, 괌을 포괄하는 '제2 섬의 고리' 로 확대하고 있다.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전략적 요충지이며 중요한 해상 교통로이다. 특히 이 해역은 미국의 아시아 방위선과 중국의 해역 확대 계획인 열도(列島)선 전략이 만나고 있는 곳으로 장기적으로 중국과 미국의 충돌이 불가피한 지역이다. 이 두 나라의 중첩된 방위선 내에 한반도 대만 동중국해 센카쿠 열도 남중국해 문제 등 다양한 분쟁요소가 잠재되어 있다.
자국의 안전유지 차원이라는 중국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는 중국의 군비확장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세계가 중국의 군비 증강 추세에 주목하는 것은 중국이 강조하는 '자국 방어 수준의 군사력' 범위를 넘어서는 방위력 증강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핵미사일 전력 및 해·공군 중심의 군사력을 광범위하고 급속하게 현대화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투명성이 부족해 지역 및 국제사회의 우려사항이 되고 있다.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를
이러한 중국의 군비증강은 동아시아에서 중국발 군비경쟁 도미노 현상을 야기하고 있다. 사실 중국의 방위력 증강은 중국의 일이다. 그러나 투명성이 결여된 군비증강은 적어도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세력을 결집하는 기초를 제공하게 될 수도 있다. 이제 동아시아 지역은 새로운 군비 증강과 해양 각축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 점에서 우리도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북한의 급변사태 발생 등 여러 적응체계(adaptive structure)의 수립이 시급하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교수·중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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