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행보가 너무 성급하다. 곽 교육감은 "강압적인 두발ㆍ복장 지도 관행과 강제적인 보충수업 참여에 대해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폭넓은 의견 수렴과 사회적 합의를 전제했지만 "학생들의 두발 복장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마냥 기다리지 않겠다"고 부연했다. 앞서 곽 교육감은 후보 시절 학생인권조례를 공약하면서 두발과 복장에 관한 불필요한 규제 폐지를 제시한 바 있어, 정책방향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곽 교육감이 학생체벌 금지 조치를 서둘러 시행했을 때 궁극적으론 바람직한 방향이며 기왕 시행키로 했으니 한 번 해본 뒤 결과를 보자는 뜻으로 지나친 반대자들을 나무랐다. 그러면서 체벌 금지가 학교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인데도 별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실시하는 데 대해 우려와 유감을 표명했다. 새해부터 두발 복장을 전면 자율화하겠다는 데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왜 매번 이렇게 서두르는가.
체벌과 마찬가지로 두발 복장 자율화는 각기 타당한 논리를 가진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부딪치는 사안이다. 그러나 차이가 있다. 체벌 금지는 시행된 적이 있지만, 두발 복장 자율화는 한 차례 시행 후 부작용이 커 폐기됐던 정책이다. 탈선 증가도 문제됐지만 가장 큰 부작용은 부모 경제력에 따른 학생들 간의 위화감이었다. 교육에서 절대 피해야 할 것은 학생 본인의 능력과 자질에 상관없이 가정환경 등 외적 요인에 의해 평가를 받거나 상처를 입는 일이다. 특히 저소득층 학생과 학부모에게 상처와 부담을 줄 수 있는 복장 자율화는 평등 교육을 지향하는 곽 교육감의 철학과도 배치될 수 있다.
좋은 정책은 충분한 사전 논의와 준비를 거쳐 갈등요인을 최소화한 정책이다. 그런 점에서 곽 교육감은 소신 있는 진보적 교육철학자일지언정 유능하고 책임있는 정책 결정자는 여전히 아닌 것 같다. 학생은 개성을 존중 받아야 하는 인격체인 동시에, 교육 대상이기도 하다는 한국교총의 지적은 옳다. 시행 이전에 충분히 논의ㆍ검토하기를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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