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초 미국, 영국에서 잇따라 기존 국내총생산(GDP)을 대체ㆍ보완하는 개념인 국민의 '행복감'을 반영하는 새로운 '삶의 질(웰빙) 지수'가 발표될 예정이다.
선진국과 국제기구들은 전세계 경제위기를 계기로 한 국가의 발전을 생산과 소득 등 경제활동에 국한된 GDP로 평가해온 것에 대한 반성으로 삶의 질을 포함하는 새로운 국가발전 척도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에게 GDP 대체 행복 지수개발을 공식 의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국에서 내년 초 발표될 웰빙지수는 국민들이 일과 중 느끼는 기분을 수치화하는 방식으로 개발됐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7일 보도했다. 이 척도는 조사대상이 하루 일과에서 느끼는 감정을 긴장, 평온, 피곤, 고무 등으로 분류해 측정하는 '일상 재구성 조사법(day reconstruction methodㆍDRM)'과 미 노동부가 오랜 기간 조사해온 미국인 '시간활용실태'를 결합해 미국인의 기분 상태를 수치화하는 것이다. 미 프린스턴 대학 앨런 크루거 교수(재무부 수석이코노미스트)와 다니엘 카너먼 교수(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공동개발했다. 크루거 교수는 "조사결과 국민들의 피곤함이 과중하면 출퇴근 시간 단축을 위해 정부가 도로나 교통여건 개선 투자를 늘리거나 법정근로시간 단축에 나서게 하는 등 새 웰빙지수는 정책 활용도가 기존 GDP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정확하다"고 FT에 말했다.
하지만 인간의 행복은 '기분'뿐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는 '만족'에도 좌우된다는 점에서 이 새로운 척도도 한계를 지닌다. 즉 같은 상황에 대해 나라별, 성별, 도농별 만족도가 다르기 때문에 상황에 따른 기분 만으로 웰빙을 정확히 측정하기는 힘들다. 또 시장 효율성을 중시하는 우파 학자들은 행복도를 수치화하려는 시도자체가 국가가 시민영역 개입을 강화하고 국민의 자유를 축소하기 위한 시도라고 의심하고 있다.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 영국 국립통계청은 미국에 이어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뜨거운 관심 속에 4월 중순 영국 국민의 행복을 계량화한 새 지수를 발표할 예정이며 다른 나라들도 속속 뒤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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