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치탄압의 상징인 전 석유재벌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에 대해 2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법원이 추가재판에서 유죄를 선고한 것을 놓고 미국과 독일 정부가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거대 석유기업 유코스의 회장으로 러시아 최고 갑부였던 그는 2003년 사기와 탈세 혐의로 체포된 후 8년 형을 받고 복역 중이었으나, 이날 다시 횡령 혐의로 유죄가 선고됨에 따라 향후 수년 간 추가 복역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호도르코프스키와 지지자들은 2003년 푸틴 당시 대통령을 반대하는 야당에 호도르코프스키가 정치자금을 댄 것에 대해 정부가 정치보복을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 백악관은 27일 호도르코프스키의 추가 유죄선고에 대해 성명을 내 "부적절한 사법권의 남용으로 보인다"며 "법치를 존중하는 러시아의 명성에 해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정치적 고려에 의해 법치가 무색해졌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의 크리스토프 스티그만스 대변인도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재판을 러시아 사법 원칙에 대한 시험대로 여기고 자세히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AP통신은 28일 "이번 추가 유죄선고로 한때 몰락한 과두재벌이었던 호도르코프스키가 반체제 투사 이미지를 굳히게 됐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지지자들의 석방 요구와 함께 국제사회의 비판이 이어져 호도르코프스키의 반체제 이미지는 더욱 굳건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 호도르코프스키의 고난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CNN은 "그의 가족이 항소 방침을 밝혔지만 대선이 예정된 2012년 이후는 물론 2017년까지도 복역이 계속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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