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베이비 부머는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부터 1964년까지 태어난 46~64세 인구층을 말한다. 미국 인구 3억870만명 가운데 7,200만명이 넘는 최대 인구 집단이다. 1960년대부터 미국의 대중문화와 대량소비 등을 주도해온 이 세대가 2011년에 본격적 은퇴를 맞이한다고 AP통신이 28일 전했다. 내년 1월 1일부터 65세가 되는 베이비 부머는 하루에 1만명, 한 달에 30여만명이다. 정년제도가 따로 없는 미국에서 경제적 은퇴는 보통 65세가 기준이다.
AP는 "이런 흐름이 1964년생이 65세가 되는 2029년까지 계속 이어진다"며 "격정의 60년대를 보낸 이 세대가 60대 중반에 이르러 위기에 직면했다"고 노인 베이비 부머 문제를 진단했다. 베이비 부머의 은퇴는 사회 전체에는 경제성장률 하락, 부동산 등 자산가격 하락과, 사회보장 부담 증가로 나타날 것이란 게 지배적 의견이다. 2008년 경제위기가 이들의 경제적 퇴장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AP는 베이비 부머의 문제 가운데, 특히 경제위기 상황에서 노후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은퇴자가 쏟아져 나오지만 개인이나 사회가 이들을 보호하기는 어렵다는 것. 펜실베이니아대학의 연금ㆍ은퇴연구소는 "조기 은퇴까지 가세해 문제가 극도로 심각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례로 1980년대 39%에 달하던 민간 노동자의 연금혜택은 15%로 감소해 안정된 노후 생활자는 그만큼 줄었다. 또 기업연금(401K) 등 주식투자에 주로 의존하는 노후보장 프로그램 수익률도 크게 감소했다. S&P500지수는 2000년 이래 연 4%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은퇴자들은 또 과도한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안고 있는데, 베이비 부머를 포함한 주택소유자의 22%(1,100만명)가 매입가보다 빚이 더 많은 하우스 푸어(House Poor)들이다. 자금압박이 심해지면서 55~64세 베이비 부머 4명중 3명은 수령액이 70세 때보다 최고 80%가 적은 62세에 연금을 조기 신청하고 있다. 여기다 55세 이후 의료비용은 18만7,000달러로 추산되고, 55세 이상 구직자의 평균 실업기간은 젊은층의 12주보다 긴 45주나 된다. 보스턴칼리지 은퇴연구소의 안토니 웹 연구원은 베이비 부머가 맞닥뜨린 상황을 '천천히 불타는(slow-burning) 은퇴 위기'에 비유, 노년의 빈곤에 서둘러 대처할 것을 주문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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