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월드 베스트 기업을 찾아서]
우리나라 기업 중 정부가 인증하는 세계 일류상품을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은 어디일까. 첨단 가전업체일 것이라는 일반적 예상과 달리 정답은 다소 무거운 이미지의 현대중공업이다.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2010 세계일류상품 현황'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모두 31개의 세계일류상품을 보유해 15개의 LG화학과 13개의 삼성전자를 크게 앞섰다. 현대중공업이 1위를 차지한 것은 그 만큼 조선업이 첨단 기술산업으로 변모했다는 의미다. 또 현대중공업의 사업다각화가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대중공업은 지식경제부가 처음 세계일류상품을 선정한 2001년 컨테이너선 등 선박 부문에서 처음으로 일류상품을 등록했고, 이듬해에 선박용 대형 디젤엔진과 LNG운반선을 일류상품 목록에 추가했다. 이후에도 조선업계를 선도하는 기업답게 선박 관련 첨단기술들을 두루 신고했다. 또 굴삭기와 휠로더, 자동차 차체 제조용 로봇 등 선박 이외 품목에서도 일류상품을 배출해 냈다.
현대중공업의 31개 일류상품들은 특히 한번도 그 지위를 잃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세계일류상품이라는 타이틀은 '세계시장점유율 5% 이상 및 5위 이내'라는 조건을 만족하면서 '연간 세계시장규모 5,000만달러 이상'이거나 '연간 수출규모 500만달러 이상'인 제품에 부여되는데 현대중공업의 제품들은 길게는 9년 동안 매년 이 조건을 충족해 왔다. 현대중공업은 올해도 145kV 가스절연개폐기와 선박용 냉동 컨테이너 전력공급반을 새로 일류상품 목록에 추가했고, 일류상품 요건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굴삭기, 하이브리드 경비함 등 신제품들을 대거 만들어냈다.
현대중공업이 이처럼 뛰어난 기술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은 기술개발을 위한 끊임없는 투자와 노력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불황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에도 연구개발비를 전년보다 크게 늘렸을 정도로 기술개발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현재 6개 사업본부에 1,000여명의 기술개발 전담인력을 보유하고 있고, 이와 별도로 기술개발본부 및 본부 산하 4개 연구소에 600여명의 전문 연구인력을 두고 있다. 기능장 숫자도 업계 최다인 671명에 이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태양력과 풍력발전, 태양전지의 핵심소재인 폴리실리콘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어 조만간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도 일류상품들이 대거 등장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2012년 세계일류상품 숫자를 39개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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