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비리 등 경찰 내 고질적인 병폐를 제거해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경찰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27일 한국 경찰 사상 첫 개방직 감사관에 임명된 김일태(53) 전 감사원 자치행정감사국 1과장은 긴장한 표정으로 포부를 밝혔다.
김 신임 감사관은 김천고를 졸업하고 육군사관학교에 입학, 1979년 소위 계급장을 달았다. 육사 출신이면 군의 엘리트로서 성공을 어느 정도 보장받을 수도 있었지만 그는 과감히 군복을 벗었다. "중대장을 마치고 86년 육사 연수원에서 교육을 받던 중 각 부처에서 특채 모집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군인으로서의 삶도 좋지만 국가 행정 전반에 걸쳐 비리를 적발하고, 행정발전을 위한 사정기관으로서 역할을 다 하는 감사원에서 근무하고 싶었습니다."
사회 부조리를 개선하는 게 그에게는 가장 잘 맞는 일인 듯하다. 25년 감사원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도 병역 면제 관련 불합리한 제도를 바꾼 것이었다. 당시 병역법은 해외 유학 중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30세를 넘기면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도록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규정을 악용해 군에 가지 않은 것은 불문가지. 당연히 '돈 많은 사람은 자식 유학 보내서 군 면제 받고, 돈 없는 사람은 군대 보내야 한다'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런 점을 지적해 97년 면제 연령을 30세에서 35세로 올리는 병역법 개정안을 이끌어냈다.
경찰에 온 이유도 부조리 척결이다. "대부분의 경찰관이 고생하고 노력하는 데 비해 평가와 보상은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유흥업주와의 유착, 뇌물 수수 등 일부 경찰관의 비리 때문에 경찰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기 때문입니다. 고질적인 병폐, 경찰의 존재 가치를 하락하게 하는 일부의 범죄를 집중적으로 척결할 생각입니다."
5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직장을 바꾼다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가족은 그에게 큰 힘이 됐다. 군에서 감사원으로, 또 대통령 경호실 감사과장으로 파견갈 때와 마찬가지로 아내는 "새 직장에 적응하는 게 힘들기는 하겠지만 잘 할 것"이라며 격려했고, 전경 출신인 대학생 아들도 "어떤 일을 하느냐" "계급은 어떻게 되느냐"며 큰 관심을 보였다. "가족들, 나아가서는 13만 경찰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역동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겠습니다." 온화한 인상과는 달리 그의 눈빛이 매서웠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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