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의 감동과 환희의 순간을 담아내 그 의미를 부각시켜온 올림픽 다큐멘터리 제작자 버드 그린스펀(사진)이 지병인 파킨슨병으로 25일(현지시각) 타계했다. 향년 84세.
1952년 제15회 헬싱키올림픽부터 50여 년간 올림픽 기록영화를 제작해온 그린스펀 감독은 선수의 지명도를 따지지 않고 수백 명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에 오롯이 담아냈다. 대표 작품으로는 어둡고 텅 빈 경기장에서 부상을 입은 채 비틀거리며 꼴찌로 들어온 탄자니아 출신 마라톤 선수 존 스티븐 아콰리를 카메라에 담은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 영상, 1936년 아돌프 히틀러 치하 당시 베를린 올림픽에 출전했던 미국 육상선수 제스 오웬이 30년 후 자신이 메달을 딴 현장을 다시 방문하는 '제스 오웬, 베를린으로 돌아가다' 등이 있다.
1996년 '올림픽 영광의 100년'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그린스펀은 2002년 '최고의 동계올림픽 선수 25명' 안에 '쇼트트랙 여왕' 전이경을 뽑기도 했다. 전이경은 1994년 릴레함메르대회와 98년 나가노대회에서 여자 쇼트트랙 2관왕에 올랐다.
버드의 친구이자 스포츠 작가인 알란 애브라함슨은 "버드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국적에 상관없이 운동선수들의 이야기를 대중들에게 전하려 했다"며 "버드는 운동선수들이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란 걸 알리려 했다"고 말했다.
그린스펀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때부터 하계, 동계 올림픽의 공인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일해 에미상 7개 등 수많은 상을 휩쓸기도 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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