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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발생 한달/ 방역 비웃듯 東에 번쩍 西에 번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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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발생 한달/ 방역 비웃듯 東에 번쩍 西에 번쩍

입력
2010.12.27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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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발 한 달째로 접어들면서 구제역은 점점 강력해지는 양상이다. 이달 초 안동 등 경북지역에서 발생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구제역은 주로 관리지역(반경 20㎞) 내에서 발생해 방역당국이 칼자루를 쥐는 듯 했지만, 이달 중순 경기도로 확산한 뒤부터는 분위기가 반전됐다. 발생 양상도 선제적 대응이 불가능한 ‘게릴라식’이어서 당국 역시 곤혹스런 표정이다. 현재로선 예방백신 접종 지역을 확대하는 것 외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예측불가

이달 중순 구제역이 축산분뇨처리업체를 통해 경북에서 경기(양주, 연천)지역으로 옮겨왔지만 그 후의 바이러스 행방은 묘연하다. 역학 관계가 드러나야 적소에 방역망을 설치하고 방역도 실효를 거둘 수 있지만, 바이러스의 이동경로가 오리무중인 탓에 다음 발생 지역의 예측은 불가능하다. 구제역이 점프하며 무차별적으로 발생, 게릴라전 양상을 보이는 이유다.

실제 안동 등 경북에서 지금까지 발생한 34건의 구제역의 경우 2곳(예천, 영천)을 제외한 구제역 32건은 앞서 발생한 농장으로부터 20㎞ 이내 지역에서 발생했다. 다음 발생 지역을 예상할 수 있었고 이에 따라 살처분 정책으로도 충분히 구제역을 종식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때다.

하지만 구제역이 경기 양주와 연천으로 북상한 뒤 경기ㆍ강원지역에서 발생한 21건의 구제역 중 8건이 20㎞를 벗어난 지역에서 발생했다. 21일 구제역으로 확인된 평창 한우 농장의 경우 가장 근접한 농장이 무려 102㎞ 거리였고, 원주 문막의 한우 농장은 가장 가까운 발생 농장으로부터 63㎞나 떨어져 있었다. 한 방역당국자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식이다”고 말했다. 이날에도 경주 성주(발생농장으로부터 56㎞) 영주(13㎞) 강원 춘천(27㎞) 홍천(14㎞) 등 4곳에서 의심신고가 들어왔다.

피해는 눈덩이

일정한 패턴이 없는 만큼, 당국의 방역활동효과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 피해 규모도 눈덩이처럼 늘고 있다. 우선 살처분 대상 가축수가 27일 오전 현재 44만3,000여마리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날 구제역으로 최종 확인된 인천 서구 돼지 농장(3,000두)의 경우 반경 3㎞내 농가에 대해 예방적 살처분을 실시하기로 했고, ▦경북 청송(한우 7) ▦경기 양평(한우 5)의 발생 농가 반경 500m 내 농가에 대해 살처분 결정을 내린 만큼 매몰 가축수는 50만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국내서 발생한 네 차례 구제역 살처분 두수(21만)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정부 재정손실도 급증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살처분 등 보상비는 26일까지 약 4,000억원으로 집계됐지만, 이날 추가된 보상비까지 더하면 5,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축산물(돼지) 생산액(5조4,700억원)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경기 여주 발생 농장 한우에서 구제역 바이러스 항체가 확인됐다는 점. 항체는 이미 구제역 바이러스(항원)가 가축 체내로 침투했고, 소의 면역 체계가 바이러스와 싸워 이겨 냈다는 징표다. 구제역 바이러스의 잠복기가 5~14일 정도임을 감안하면 약 보름 전에 구제역에 감염됐다는 뜻인데, 그 사이 구제역이 퍼졌을 수 있다.

다음은?

경기 여주까지 내려간 구제역은 이미 안성, 그리고 충청 지역에 바짝 다가선 상황. 이 지역 사람과 차량의 이동량을 감안할 때, 안성 등 경기남부 지역의 방역망이 무너지면 충청권으로 확산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실제 이날 충북 충주의 한우 농가에서도 의심신고가 접수돼 예방적 살처분에 들어갔다. 충청 지역에는 전국 두수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10만 마리 젖소가 사육되고 있다.

안성 역시 경기도 내 젖소(17만)의 40%가량이 밀집한 지역. 충청지역과 함께 2,000만 수도권에 유제품을 공급하는 핵심 기지여서 구제역 확산시 유제품 시장까지 상상할 수 없는 타격이 예상된다.

한 가축방역협의회 관계자는 “이미 백신 접종을 시작한 만큼 접종지역이 조금 더 늘어난다고 해서 구제역 청정국 지위 회복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 만큼 예방적 차원에서 안성과 충청 지역에도 백신 접종을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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