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한국 축구는 1954년 스위스월드컵을 시작으로 2010 남아공월드컵까지 괄목할만 만한 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늘 무거운 짐이 가슴 한 켠을 짓누르고 있었다. 해외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단 한번도 16강 문턱을 넘지 못한 것. 2002년 4강 진출도 '홈 어드밴티지'라며 폄하되기 일쑤였다. 지난 6월 남아공월드컵에 도전장을 던진 '허정무호'의 목표 역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이었다.
그리스,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와 함께 속한 조별리그 B조. 어느 팀 하나 만만한 상대가 없었고, 16강 진출 역시 부정적이었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허정무호는 그리스 선수들이 키는 크지만 발이 느리고, 주전 대부분이 30세를 넘긴 노장이라는 점을 파고 들어 빠른 패스와 측면 돌파를 이용해 2-0 서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후반 7분 기습적인 볼 차단 후 단독 드리블에 이은 쐐기골을 넣은 '캡틴' 박지성(29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풍차 세리머니'로 기세는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리오넬 메시(23ㆍ바르셀로나)가 이끄는 2차전 상대 아르헨티나는 난공불락이었다. 고지대에 맞춰 특별훈련까지 마쳤지만 1-4로 무릎을 꿇었다. 전반 추가시간, 이청용(22ㆍ볼턴)이 골을 터트려 다행히 영패는 면했다.
16강 진출의 운명이 걸린 나이지리아와의 3차전. 이정수(30ㆍ알사드)의 '헤발(헤딩+발리) 슛'과 박주영(25ㆍAS모나코)의 환상적인 프리킥 등으로 2-2로 비긴 한국은 1승1무1패로 아르헨티나(3승)에 이어 B조 2위를 기록, 꿈에 그리던 원정 16강 진출을 이뤄냈다.
욕심이 났다. 내친김에 A조 1위 우루과이마저 꺾고 8강에 오르고 싶었다. 전반 8분 상대 골게터 루이스 수아레즈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0-1로 끌려가던 후반 23분, 이청용의 헤딩 골이 터지면서 1-1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지만 후반 35분 수아레즈에게 추가골을 내줬다. 1-2 패. 종료 휘슬이 울리자 허정무(55) 감독과 선수들의 눈가에는 하늘에서 내린 비와 눈물이 함께 맺혔다.
박지성과 박주영을 비롯해 '젊은 피'의 선두주자인 이청용과 기성용(21ㆍ셀틱)의 성장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더욱 기대하게 했다. 특히 박지성과 이청용은 월드컵에서의 활약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로 옮겨가 각각 시즌 개인 최다골(6골) 기록을 갈아치웠고, 2년 차 징크스를 말끔히 떨쳐내고 있다.
박주영이 무릎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태극전사'들이 다시 뭉쳤다. 허 전 감독에 이어 지휘봉을 잡은 조광래(56)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51년 만에 아시안컵 정상을 탈환하기 위해 26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도착, 전지훈련을 거친 뒤 오는 6일 결전지인 카타르 도하에 입성한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