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모습은 폼페이 유적에서도 찾아볼 수 있고, 중국의 옛 그림에도 등장한다. 문헌기록은 1819년 오스트리아 빈의 요한 클라인 신부의 훈련이 처음이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적십자사와 셰퍼드협회가 손잡고 학교를 설립했고, 1923년에는 포츠담에 국립학교가 세워졌다. 스위스에서 그들의 훈련을 연구한 미국의 도로시 유스티스 부인이 1929년 뉴저지주 모리스타운에 세운 학교는 '독립과 존엄'이라는 구호로 유명한 '더 시잉 아이(The Seeing Eye)'로 발전했다. 일본에서는 1948년에 체계적 훈련이 시작됐다.
■ 영어를 직역한 '안내견'이 그들의 이름이다. 청각장애인의 귀 역할을 하는 '도우미견'이나 재난 현장의 구조견, 환자의 정서 안정을 도와 회복을 앞당기는 '치유견' 등 저마다 역할이 다양하지만,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견'이 가장 돋보인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모도켄(盲導犬)'으로 불린다. 그들이 장애인들과 맺은 인연은 영화와 드라마, 소설, 동화 등을 통해 진한 감동을 던져왔다. 본능을 억제하고 인간 이상의 집중력을 보여야 하기 때문에 똑똑하고 순한 도이치 셰퍼드나 래브라도 리트리버, 골든 리트리버 등이 가장 적합하다.
■ 1993년 국내 최초로 용인 에버랜드 인근에 안내견 훈련시설이 들어섰다. 이건희 회장의 지시로 만들어졌다는 '삼성 안내견 학교'는 그 동안 140여 마리의 안내견을 배출해 기증했다. 구미 선진국에 비하면 상징적 숫자에 지나지 않지만, 운 좋게 사용자로 뽑힌 장애인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안겼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낮춰보기 어렵다. 기업의 사회기여 가운데 감동적 요소가 유난히 풍성했고, 실제로 삼성 계열기업의 이미지 광고에 여러 차례 등장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이 다른 기업이나 사회단체로 번져가리라는 기대는 섣불렀다.
■ 일반인의 호기심이 뜸해지면서 연간 수십억원의 비용이 부수적 '홍보 효과'에 비해 두드러졌던 것일까. 최근 안내견 학교 운영을 맡은 에버랜드는 관리인력의 70% 이상을 구조조정 대상에 넣었다. 사업 축소나 철폐의 분명한 예고라서, 안내견 사업만은 계속하겠다는 다짐이 도통 미덥지 않다. 최고경영자의 뜻이 담겼다더니 이제 와서 사업을 줄이겠다는 삼성의 셈법도 답답하지만, 일찌감치 역할을 넘겨받았어야 할 공공부문의 침묵이 더욱 안타깝다. 부유한 장애인이 드문 현실에서 차라리 국가와 사회가 장애인 지원의 하나로 안내견 수요에 대응하는 게 낫겠다.
황영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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