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발생→소비자들의 소고기 기피→소값 폭락. 일반적으로 이런 경로가 예상됐지만, 이번엔 좀 다르다. 사상 최악의 구제역 발생에도 불구, 소값은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27일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24일 현재 한우 경락 가격은 ㎏당 1만5,827원을 기록했다. 이는 구제역이 발생하기 전인 11월 평균 가격(1만4,735원)보다 1,100원 가량 오른 것. 공사 관계자는 “구제역이 사람과는 무관한 전염병이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이 동요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도축 두수는 11월 하루 평균 2,349두에서 이달 24일엔 2,670두로 10%가량 늘었음에도 불구, 이처럼 가격은 오르고 있다. 2000년과 2002년 구제역 발생 당시엔 축산물 가격이 급락하자 정부가 도축물량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리기도 했지만, 결국 20~30% 폭락해 축산농가에 이중 타격을 줬다.
오히려 값이 급등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구제역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꾸준한 데다가 설 대목까지 겹쳐 축산물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살처분으로 공급은 달릴 수밖에 없기 때문. 농식품부 관계자는 “구제역이 확산하자 서둘러 도축하는 농가들이 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냉동육 수요가 급증하는 1월 중순에는 공급이 크게 달릴 수 있고 이 경우 가격이 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살처분 한우는 약 6만 마리로 전체(300만마리) 소의 2%나 된다.
정민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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