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크리스마스에 방송중계를 위해 아침 일찍 부산으로 향했다. 방송 후 집에 돌아오니 26일 새벽 2시였다. 잠시 눈을 붙이고 나서 오전에 '직장인 농구리그 올스타전'이 열리는 서울 송파 LG 체육관을 찾았다.
이 대회는 순수 직장인만으로 이뤄진 아마추어 경기로 1부는 13개 팀, 2부는 18개 팀이 참가해 조별리그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우승팀을 가린다. 동호인들의 호응이 좋아 갈수록 팀이 늘어나는 추세다.
필자는 올스타전에서 1부 리그 감독을 맡아 선수들과 호흡했다. 소리도 지르고 작전지시도 내렸다. 동호인들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필자는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다. 그들의 농구에 대한 열정과 사랑은 필자보다 더했기 때문이다.
동호인들은 농구 인기 하락에 대해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농구연맹(KBL)과 각 구단이 스타 발굴을 등한시한 탓에 생소한 선수가 너무 많다는 게 동호인들이 느끼는 아쉬운 점이었다.
또 "승부처가 되면 외국인선수에게만 해결사 역할을 맡긴다. 국내선수들은 조연에 불과하다." "구단들의 마케팅도 소극적이다." "한국식 농구를 만들어야 하는데 신체조건과 기량이 다른 미국프로농구(NBA) 룰만 따라간다." 등등이 동호인들이 지적한 한국프로농구의 문제점이었다.
전국적으로 직장인 리그, 클럽 리그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모여 농구를 즐기는 인구는 적지 않다. 동호인들은 대부분 용돈을 아껴서 농구를 하고,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이런 대회를 활성화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동호인들은 프로농구의 가장 큰 고객이다. 그들의 가족은 '잠재적' 고객이다. 동호인들이 농구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자연스럽게 경기장으로 발걸음을 이끌 수 있다. KBL의 지원과 관심이 절실한 이유다.
농구가 국민적 관심과 사랑을 받으려면 모든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작은 것부터 신경 쓰고 변화시켜야 과거의 영화를 재현할 수 있다.
전 서울 SKㆍ 구리 금호생명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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