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피아 세력이 날카롭게 대립 각을 세운 1951년의 미국 뉴욕. 어떤 식으로 ‘돈’을 벌든 ‘가리지’ 않을 것 같은 암흑가 두목 돈 카리니(하비 케이틀)는 느닷없이 은퇴를 선언한다. 그 동안 숨겨 기른 아들에게 대부의 자리를 물려주겠다는 것. 대통을 이어받을 아들은 영구(심형래). 카리니가 젊은 시절 한국에 피신했다가 한국여성과의 사이에서 낳은 자식이다.
‘라스트 갓파더’는 그 제목이 암시하듯 노골적으로 마피아 영화의 대명사 ‘대부’ 시리즈를 패러디한다. 여기에 카리니파와 앙숙인 본판테파 보스의 딸 낸시(조슬린 도나휴)와 영구가 핑크 빛 관계를 형성하면서 로미오와 줄리엣 식의 사랑이야기가 얹힌다.
예상했던 대로 영구의 바보 행태와 화장실 유머가 웃음을 이끌어내려 한다. 영구는 수박 조각을 만화 주인공처럼 후루룩 훑어 씨를 툭 뱉고, 바닥에 떨어진 모자를 주우려다 자기 발로 차기를 반복한다. 손가락으로 상대방 항문을 겨누기도 하고 신발 냄새로 적을 제압하기도 한다. 대부는커녕 자기 앞가림도 못할 것 같은 영구가 조금씩 마피아 세계에서 인정받는 과정은 그렇게 우리에겐 익숙한 코미디를 통해 전해진다. 영구가 영어를 사용하고, 그 유명한 유행어 “영구 없다”를 사용하지 않는 점 정도에 차이가 있다고 할까.
영구라는 캐릭터를 미국화시키려는 노력에 일단 박수를 보내고 싶다. 배꼽까지 올라오는 짧은 바지를 입고 커다란 구두를 신은 영구의 모습은 찰리 채플린의 여러 영화 속 복장을 연상시키나 나름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화를 해낸다. 미국 배우들을 끌어들여 판을 벌인 노력도 높이 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감독이 될 수 있어도 누구나 영화를 잘 만들 수는 없다. 아무리 코미디지만 이야기는 허술하고, 연출과 연기는 평범 이하다. 미국인까진 잘 모르겠지만 국내 관객들의 커다란 웃음을 불러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주연과 연출을 겸한 심형래 감독은 “모든 관객이 즐길 수 있는 영화”라고 자부했다. 안타깝게도 어른들은 기꺼이 즐기기 어려울 듯한 ‘15세 이하 관람 권유’ 영화다.
이러저러한 허점과 단점을 차치하고도 남는 의문 하나. 걸그룹 원더걸스는 왜 등장하는 걸까. 미국 개봉을 추진하고 있으나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12세 이상 관람가, 29일 개봉.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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