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면 한 해를 정리하는 수많은 신조어들과 유행어가 쏟아진다. 이들 단어는 1년 동안 지구촌에서 회자된 가장 뜨거웠던 사건들을 풍자하거나 상징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6일(현지시간) '새롭게 풀어보는 2010년 유행어'들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위키리크스의 줄리언 어산지, 남아공 월드컵 응원도구 부부젤라 등 40개 단어에 대해 독특하고 풍자적인 뜻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재미있고 시사적인 단어들을 알파벳 순서로 소개한다.
▦Assange(어산지)— 방종을 경건한 행위로 가장하는 행동. 그가 빼낸 미 비밀외교전문은 25만건에 이르지만 아직 이렇다 할 충격적인 내용은 없으며, 미국의 위선 폭로와 언론자유의 기치라는 주장은 머쓱하다.
▦Austerity(긴축)—독실한 척 하는 치사한 행동. 국가를 구한다는 명제 하에 국민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있다.
▦Blowout preventer(분출방지장치)—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고의 원인 장치. 역설적으로 분출을 막지 못하는 심해 장치를 의미하게 됐다.
▦Cable(전문)- 미공개를 전제한 사적인 교신이지만 결국 당황스럽게 공개되고 마는 교신.
▦Coalition(연정ㆍ영국 '보수-자민' 연합)- 잘 어울리지 않는 신랑과 신부를 놓고 '과연 이 커플이 얼마나 오래갈까'를 수근거리게 되는 결혼식.
▦Deficit(재정적자)- 잘못된 행동에 대한 억지스러운 변명. 정치인들의 잘못으로 여러 국가가 빚더미에 나앉았지만,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다.
▦Election(선거)- 관중이 한 표만 행사할 수 있는 비호감 인물 대상 리얼리티쇼.
▦FIFA(피파)- 국제 스포츠 행사 주최권 획득에만 오직 사용되는 통화단위. 비리로 얼룩진 피파를 풍자.
▦iPad(아이패드)- 전화를 걸지 못하는 매우 큰 전화기.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크게 확대시켜놓은 형태지만, (미국 출시품을 제외하고) 전화 기능이 없다!
▦Kettling(캐틀링ㆍ주전자 안에 집어넣기 전술)- 영국경찰이 시위대를 무력화시키는 새로운 방법. 시위자를 한 곳으로 몰아 꼼짝 못하게 가두는 전술.
▦Middleton(미들턴ㆍ영 윌리엄 왕자의 약혼녀)- 중산층과 비슷하지만 한 층 부유한 집단을 의미. 미들턴은 평민 출신이지만, 집안이 부유하고 이제 왕자비가 된다는 의미에서 '미들(가운데)'을 강조해 만든 풍자
▦Miliband(밀리반드ㆍ영 노동당 당수 경쟁을 벌인 밀리반드 형제)- 같은 자리를 놓고 다투는 형제들의 애정 수준을 측정하는 단위.
▦Pledge(공약)- 쓸데 없는 문구들.
▦QE2(제2차 양적완화)-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속편영화. QE1의 영웅들이 다시 뭉친 모험극.
▦Vuvuzela(부부젤라)- 남아공 월드컵 잉글랜드팀 경기를 볼 때보다 약간 낮은 수준으로 짜증나게 만드는 고문도구.
▦Wiki(위키)- 평범한 것을 체제전복적인 첨단 기술이라는 믿음으로 치장하기 위해 붙이는 접두사.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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