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퓨전 사극, 꼭 해보고 싶었어요. ‘추노’를 너무 재미있게 봤거든요.”
첫 인사를 나누며 잡은 손이 거칠다. 케이블 OCN의 액션 사극 ‘야차’에서 허수아비 왕의 비밀군사 조직 흑운검의 수장 백록으로 분해 고강도 액션 연기를 소화한 조동혁(33)은 “사전제작 드라마라 한달 전쯤 촬영이 끝났는데 아직도 손이 성치 않다”고 말했다.
‘야차’는 10일 첫 회에서 시청률 2.3%(AGB닐슨ㆍ분당 최고 3.5%)로 순조롭게 출발, 24일 3회 방송까지 매회 케이블TV 동시간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백록은 남자 냄새가 많이 풍기는 캐릭터라 맘에 들었어요. 아마 남자다운 역할을 해 보는 건 모든 남자 연기자들의 로망일 거예요.” 모델 출신인 그는 평소에도 남성미를 물씬 풍겨 주변 사람들에게서 “드디어 너다운 캐릭터를 맡았구나”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경남 산청ㆍ마산, 경북 안동ㆍ문경, 전북 진안ㆍ부안 등 전국을 돌며 촬영을 하다 보니 이동하면서 새우잠을 자야 했다. “그나마도 액션 분량이 많은 날 전에는 걱정이 앞서 잠을 설쳤다”고 했다. 물에 빠지는 장면을 찍다 익사 위기에 처하기도 했고, 상대 배우의 칼에 눈 위를 맞아 꿰맨 적도 있다. 멍들고 까지는 건 예삿일이다.
“처음엔 몰랐는데 데뷔 전에 합기도 태권도 실전검도 등을 조금씩 배워 둔 게 도움이 많이 됐어요. 연기자는 경험이 많아야 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그는 본래 잘 다져진 몸매이지만 이번 연기를 위해 평소보다 웨이트 트레이닝 강도를 높여 10kg을 불렸다. ‘야차’가 ‘한국판 스파르타쿠스’를 내세운 만큼 힘이 넘치는 액션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는 연기자로 데뷔한 건 2004년 드라마 ‘파란만장 미스김 10억 만들기’를 통해서다. 하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 따윈 없었다. 대학(명지대 사회체육학과)까지 그만 두고 모델 일에 전념하던 시절이었다. 오지호, 이정진, 김성수, 김민준, 김남진, 유지태 등이 당시 같이 활동한 모델들인데, 하나같이 배우로 전향해 성공을 거뒀다. “그냥 나도 해야 되나 싶었어요. 우연히 연기자로 데뷔하고는 이거 장난이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첫 작품 후 계속 오디션에 떨어지니 “이가 갈리더라”고 했다. 서러워서 혼자 울기도 했다. 그리고 영화에 캐스팅됐다. 다 찍었는데, 개봉이 안 됐다. “‘러브하우스’라는 영화였는데, 비록 개봉은 안 됐지만 나를 연기자로 살 수 있게 해 준 작품”이라고 했다.
드라마 ‘사랑하는 사람아’(2007) ‘미우나 고우나’(2008)로 얼굴을 제법 알렸다가 지난해에는 1년 가량 공백기를 겪었다.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있었는데, 다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땐 안 찾아주시더라고요.” 그는 연극 무대를 택했다. 초심도 되새기고 자신감도 얻기 위해서였다.
“새해 바람이요? 일단 ‘야차’가 잘 됐으면 좋겠어요.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새해 목표입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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