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말에 일본군으로 끌려간 조선인 2만여명 중 절반 가까이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소련군 점령지역에서 포로로 붙잡혔고, 이중 최소 2,000명 이상은 시베리아에 억류돼 강제노동에 동원된 것으로 드러났다.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조사및국외강제동원희생자등지원위원회(위원회)는 ‘시베리아 억류 조선인 포로문제’ 진상 조사결과, “억류된 1만여명의 조선인 중 적지 않은 수가 시베리아 전 지역에 걸쳐 만들어진 포로수용소에 수감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27일 밝혔다.
위원회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끌려가 중국 동북지역에서 관동군으로 복무한 조선인은 약 2만명, 절반 가량은 종전(終戰) 후에도 돌아오지 못하고 사할린이나 쿠릴열도 등에서 소련군에 포로로 붙잡혀 시베리아 전역의 포로수용소에 갇혔다. 이 중 7,000명 정도가 1948년 말 건강악화 등의 이유로 풀려난 점에 비춰 억류 조선인은 최소 2,000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시베리아 지역에 한정된 것이어서 옛 소련 전 지역을 조사할 경우 그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억류 조선인 사망자 수가 최소 60명 이상이라는 사실도 이번 조사에서 확인됐다. 91년 옛 소련이 일본 정부에 억류 사망자 4만여명의 자료를 전달했는데, 여기에 조선 국적 사망자가 60명 정도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옛 소련이 이후에도 일본 정부에 6,000여명의 사망자 명부를 더 전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억류 조선인 사망자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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