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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 '황해' 고단하고 아찔했던 11개월 촬영 하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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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 '황해' 고단하고 아찔했던 11개월 촬영 하정우

입력
2010.12.2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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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긴 터널을 빠져 나온 듯했다. 너털웃음을 곧잘 터트렸지만 얼굴에 깃든 짙은 잔영은 떨쳐내지 못했다. 누구라도 그러할 것이다. 26일까지 ‘황해’를 본 105만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은 아마 짐작할 것이다. 그 컴컴하고 눅눅한 역할을 하고 나면 어두운 기운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으리라는 것을.

지난 23일 오후 서울 소공동 한 호텔에서 만난 하정우도 “어둠을 떨쳐버리려고 많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많이 놀고 싶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요. 애써 밝아지려고 노력합니다.”

이토록 보는 사람의 힘을 쏙 빼는 영화가 또 있을까. 1리터 가량의 피가 빠져나간 듯한 피로감이 느껴질 정도로 아찔하다. ‘황해’는 고단하고도 위험했던 11개월 간의 촬영현장 분위기가 스크린에 그대로 배어나는 영화다. 한국에 있는 아내와 만나기 위해, 빚더미에서 벗어나기 위해 청부살인에 나섰다 결국 파멸에 이르는 구남은 그 고단함과 아찔함의 중심에 서있다.

“구남은 감정의 끝까지 가서 결국 덤덤해지고 차가워지는 인물입니다. 제 연기도 마찬가지였어요. 처음엔 뭣 모르고 시작해 3개월간 액션 장면만 촬영했어요. 구남이 청부살인을 시도하다 경찰에 쫓겨 강남 골목을 정신 없이 내달리는 장면만 한달 반을 찍었어요. 그리고 바로 부산에 가서 트레일러가 엎어지는 부두 추격 장면을 한 달 넘게 촬영했습니다. 4주간 중국에서 촬영하며 ‘정말 힘들구나’ 생각이 들더군요. 그 이후엔 무감정의 시기가 오고 액션으로 사흘 밤을 새도 힘들지 않았어요.”

‘황해’는 ‘추격자’의 세 남자 나홍진 감독 하정우, 김윤석이 재회한 것만으로도 화제가 된 작품. 너무 낯익은 조합이 배우에겐 독일 수도 있는 데 하정우는 “나 감독님과 윤석 형이기에 분명 ‘추격자’와 다른 작품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족의 일상에서 튀어나온 이야기라 매력적이었고 구남이 어눌하고 어설퍼서 끌렸다”고 덧붙였다.

‘황해’는 ‘추격자’보다 더 많이 뛴 영화. “편집 때 감독님이 ‘한번도 설렁설렁 뛴 게 없다’며 고마워 하고 미안해 할 정도”로 하정우는 살얼음 낀 새벽 도로를 뛰고 또 뛰었다. 구남이 산으로 도망치는 단 두 컷을 찍기 위해 위험천만한 겨울 산을 3시간 동안 올랐다. “미쳤다”는 반응이 뒤따랐다. 촬영을 하다 손에 유리가 박힌 줄도 모르고 한 달을 보내기도 했다. 익숙지 않은 트레일러 운전까지 직접 했다. “얼굴이 나올지 모른다”는 나 감독의 압박 때문이었다.

“6층에서 가스관 타고 내려온 장면 찍을 때 영하 16도였어요. 아찔하게 높은 곳인데 장갑도 끼지 못하니 끔찍하게 연기하기 싫더라고요. 트레일러가 엎어지는 장면도 철문에 차가 부딪히기 직전까지 제가 운전대를 잡았어요. 잘못하다 윤석 형 등이 차에 깔리는 것 아닌가 그런 걱정을 하며 최고 시속 70㎞로 트레일러를 몰았어요. 브레이크를 밟아도 차가 제어가 안되고 죽 밀리는데… 허…”

하정우는 “촬영장은 매 순간 방심할 수 없어 신경이 곤두서는 완전 전쟁터였다. 분위기는 엉망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감독님이 너무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원망이 뇌리를 파고들었고, “속이 새카맣게 타 들어갈 만큼 화가 나기도 했다”고 그는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조금도 (안일한 연기에) 타협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 자신과의 싸움이고 승부니 절대 지고 싶지 않았다”는 것. “좀 더 쉬운 영화를 선택해 내 멋대로 연기할 수도 있었지만 이 영화로 저를 담금질 할 수 있었어요. ‘황해’로 제겐 참을성이라는 무기가 생긴 듯해요.”

하정우의 차기작은 박희순 장혁 등과 함께 하는 법정스릴러 ‘의뢰인’. 그는 아내 살해 용의자의 변호사를 맡는다. “좀 더 밝고 재미있는 역할입니다. ‘황해’를 통해 많은 에너지를 얻은 듯합니다. 2011년도 열심히 달려봐야죠.”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김주성기자 poe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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