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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2010 한국경제] (2) 가축대란, 채소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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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2010 한국경제] (2) 가축대란, 채소대란

입력
2010.12.2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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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동물과 식물이 뉴스 헤드라인을 많이 장식했던 한 해였다. 소, 돼지, 닭, 그리고 배추와 마늘까지. 따지고 보면 모두 다 먹을 거리의 문제였고, 그러다 보니 서민생활과 직결될 수 밖에 없었다. 과연 무엇이 진정 서민들을 위한 것인지, 먹을 거리의 위협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그 유통구조는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등 우리경제의 근본적인 질문도 던졌다. 그들의 눈을 통해 2010년 한 해를 되돌아봤다.

어느 소의 절규

구제역 바이러스가 결국 내가 있는 강화도 농장 인근까지 침투했습니다. 입 주위에 수포가 생기고 침을 흘리는 증상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그래도 설마 했었죠. 다행히 반경 3㎞는 벗어났으니 저는 이번에 살처분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지난 4월 강화를 중심으로 5만 마리 가까운 소ㆍ돼지들이 매몰될 때도 간신히 비껴갔습니다.

그래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정부가 예방백신 접종을 시작했는데도, 구제역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요. 언제 우리 농장도 대상이 될지 알 수 없죠. 하루 하루가 공포스럽습니다. 하기야 전염력이 강하다는 돼지들은 더한 심정이겠죠?

올해 우리를 위협한 건 바이러스만이 아니었습니다. 하마터면 미국 소들과도 싸울 뻔 했었죠. 미국 정부는 집요하게 자기 나라 소고기를 더 사가라고 요구(FTA 재협상)했답니다. 비록 이번엔 겨우 버틸 수 있었지만, 결국은 추가개방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합니다. 머지 않아 캐나다 소고기도 곧 수입이 재개된다고 하죠? 이래저래 우리 한우의 입지는 좁아질 것 같네요.

닭의 고민

올 한 해 내 몸값을 둘러싸고 참 말들이 많았어요. 논란에 불을 지핀 건 대형할인점 롯데마트였죠. 통 크게 인심을 쓴다면서 튀긴 닭을 5,000원에 팔았습니다. 동네 치킨가게들이 1만5,000원 이상을 받는데 롯데마트가 3분의1 값에 판다니 흥행은 대성공일 수 밖에 없었죠. 먹어본 사람들은 양도 많고, 맛도 좋다고들 했어요.

그런데 동네 치킨집 주인들이 들고 일어섰습니다. 대형마트의 얌체상술 때문에 모조리 문을 닫게 생겼다고. ‘동반성장’ ‘상생’같은 계속 얘기가 나왔고, 결국 롯데마트는 두 손을 든 채 치킨 판매를 중단하고 말았습니다.

사태가 일단락되는가 싶었지만, 이내 불똥은 동네 치킨집으로 튀었죠. 그 동안 저렴하게 사다가 너무 비싸게 팔아온 건 아니냐, 본사(프랜차이즈)가 폭리를 취하는 것은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동네 주민들은 “우리도 값싼 치킨을 먹을 권리를 달라”고 했고, 심지어 대통령까지 “나도 2주마다 치킨을 먹는데 비싸다는 생각을 한다”고 거들면서 파장은 더 확대됐어요. 과연 저의 적정한 몸값은 얼마일까요?

배추의 한숨

지난 가을 제 인기는 하늘을 찔렀습니다. 추석 연휴에 몰아 닥친 태풍(곤파스) 때문에 농사를 망쳐, 한 포기 값이 1만5,000원을 넘어서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죠. 다들 김치가 아니라 ‘금(金)치’라고들 했습니다. 내 몸값이 고기 값보다 비싸다니, 참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어디 나만 그랬나요. 마늘, 무, 양파, 고추… 모든 채소값이 다 치솟았습니다.

그러면 저를 키우고 돌봐준 농민들은 돈을 엄청 벌었을 거라구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농민들이 저를 팔아서 받은 돈은 고작 포기당 1,000원 안팎입니다. 나머지는 산지유통회사나 도매상, 소매상 등의 몫이죠. 그나마도 대부분 밭떼기로 팔아 치운 건데요. 저를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모두 한숨을 지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높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저도 한숨이 나올 수밖에요. 그래도 지금은 포기당 2,500원 수준으로 떨어졌는데요. 정부가 유통구조 개선에 나선다고 하는데, 내년에는 좀 달라질까요?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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