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시끄럽다. 수신료 인상이라는 30년 묵은 숙원 풀기에 나선 KBS로서는 퍽 난감해 할 만한 문제들이 쌓여가고 있다. 방송계 안팎의 시선이 연말 발표될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선정 결과에 온통 쏠려 있어 잡음이 크게 부각되지는 않고 있지만, 국회가 수신료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면 이 문제들이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차라리 우리 모두를 징계하라”
KBS 부산총국은 지난 22일 KBS의 G20 정상회의 관련 과잉 방송에 대한 비판 글을 외부 매체에 쓴 김용진 울산방송국 기자(전 탐사보도팀장)에게 4개월 정직 처분을 내렸다. 김 기자는 지난달 11일 미디어오늘에 “지금 우리 사회는 MB 정권과 KBS 등 주류 언론이 만들어 낸 G20 캠페인에 융단폭격 당해 민간인 불법 사찰 문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파병 문제, 4대강 문제 등 중차대한 현안을 망각해가고 있다”며 “나는 (한국언론재단 수용자조사에서 언론매체 중 1위를 차지한) KBS의 이 영향력이 몹시 두렵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영향력의 용처가 두렵다”는 내용의 글을 기고했다.
김 기자는 사측의 징계 결정에 대해 “나치 방송 또는 조선중앙방송에나 나올 법한 유형의 선전들이 국민들의 소중한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에 버젓이 방송되는 것을 보면서, 이런 것들에 대해 아무 말도 않고 지나가는 것이 KBS 취업규칙의 ‘성실’과 ‘품위유지’ 조항을 어기는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김 기자에 대한 징계는 사내 게시판에 ‘특보 사장’이라는 표현을 담은 댓글을 단 정찬필 PD(견책), 개인 트위터에 ‘비겁한 오세훈’이라는 글을 쓴 엔지니어 황보영근씨(정직 6개월) 등에 이어진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23일 발행한 노조 특보에 따르면 현재 60명의 KBS 구성원이 징계에 회부돼 있다. 불법 파업, 이사회 방해, 명예훼손 등이 사유다. 그러나 이런 무더기 징계는 KBS 내부에서조차 ‘언론 재갈물리기’로 규정하고 있는 상황이라, 향후 국회의 수신료 논의 과정에서 ‘공영성 확보’를 수신료 인상의 큰 이유로 내세운 KBS에 부메랑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등은 김 기자의 징계 사실이 알려진 직후 “언론사의 본분을 망각한 불합리한 처사”라는 논평을 쏟아내 수신료 논의 과정에서의 문제제기를 예고했다.
‘KBS는 공사중’ 흑자 줄이기 꼼수?
KBS가 수신료 인상 분위기 조성을 위해 2년 연속 기록한 수백억원의 흑자폭을 줄이려 편법을 동원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KBS는 본래 올해 균형예산(3억 7,000만원 흑자)을 책정했으나 흑자 폭이 상반기에만 1,000억원이 넘는 등 예상보다 훌쩍 커지자 전 직원 의자 교체, 사내 단체 해외 연수 지원, 회의실 보수 공사 등 불요불급한 사업에 돈을 쓰고 있다는 내용이다. KBS에 따르면 올해 KBS의 흑자액은 400억~500억원 가량 된다.
KBS는 “공영방송을 위해서는 아프리카 빈국보다 낮은 수신료의 현실화가 필요하다”며 인상을 주장해 왔다. KBS이사회의 안대로 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3,500원으로 1,000원 인상할 경우 연간 총 2,092억원의 수입이 증대된다. KBS는 디지털 전환 비용 충당, 고품질의 시청자 서비스 등을 위해서는 이 정도 인상도 부족하다는 입장이지만, 해묵은 공정성 논란에 최근의 갖가지 잡음까지 겹쳐 수신료 인상은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KBS 관계자는 27일 예산 낭비 의혹에 대해 “올해 흑자는 동계올림픽 및 월드컵의 중계 불발로 인한 관련 중계료 집행 유보, 천안함 사태에 따른 오락 프로그램 제작 감소 등에 따른 것”이라며 “(의사 교체 등 비용을) 다 합쳐야 10여억원인데, KBS가 겨우 그 정도 흑자액을 줄이려 꼼수를 부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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