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들도 조금씩 몸을 풀고 있다. 다만 지지율 10%를 넘는 후보가 드문 '도토리 키 재기'식 경쟁 구도인데다 "야권 연대 없이는 다음 대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당위론도 적지 않아 아직은 호흡조절에 치중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대선 고지를 염두에 둔 주도권 경쟁은 결국 시간 문제일 뿐 언젠가는 가시화할 전망이다. 민주당 내부에선 '예산 날치기 무효화' 장외투쟁이 정리되는 시점이 대선 경쟁의 출발선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우선 민주당 '빅3' 가운데선 손학규 대표의 행보가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예산안 장외투쟁을 계기로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당에 착근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야권 대선주자로서의 취약점이 어느 정도 보완된 만큼 본격 대선 행보를 시작할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대표 취임 100일째를 맞는 신년 1월10일 연두 기자회견이 그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측근들은 전하고 있다.
손 대표가 제 색깔 내기를 시도하면 '빅3'간 경쟁이 조기 점화될 가능성이 높다. 먼저 최근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조성된 안보정국을 계기로 존재감을 인정받은 정동영 최고위원은 복지와 평화를 두 축으로 선명성 경쟁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 남북평화특위 위원장 자격으로 이끌게 된 미ㆍ중ㆍ일ㆍ러 4대국 방문에서 성과를 내면 그의 대권 행보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직전 대표를 지낸 정세균 최고위원은 내년 1월 중순쯤 사실상의 대선캠프 역할을 할 싱크탱크 출범식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후발주자이고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다는 점을 고려해 대선 행보를 서두르는 편이다. 천정배 최고위원도 대권 도전을 위한 논리를 가다듬고 있다.
손 대표와 지지율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민참여당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은 아직은 정중동 행보를 하고 있다. 군소야당 후보로서 야권연대의 큰 틀이 정해져야 운신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는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다만 지난달부터 릴레이 정책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몸풀기에 들어갔다.
야권에선 기존 후보군의 지지율 변화가 없을 경우를 가정한 시나리오도 심심찮게 회자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선 안희정 충남지사, 이광재 강원지사, 송영길 인천시장, 이인영 최고위원 등 486 그룹과 한명숙 전 총리가, 민주당 밖에선 무소속 김두관 경남지사,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여기에 해당하는 잠재 후보군이다.
영남 출신인 김두관 지사의 경우 호남과 충청 표를 엮어 수도권에서 승부를 걸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치적 자산이 흡사해 그의 출마 가능성을 점치는 의견이 적지 않다. 문 전 실장도 파괴력이 큰 대안 후보로 꼽힌다. 하지만 그는 최근 한 친노인사와의 인터뷰에서 "저를 괜찮게 생각하는 분들이 일부에서 그런(대권도전) 말씀을 하실지 모르겠는데, 그렇게 현실성이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권의 또 다른 거물인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는 최근 대북 강경론을 역설하는 한편 보수 입장에서 천주교 내부 갈등을 비판하고 학생 체벌 재도입을 주장하는 등 소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는 네 번째 대권 도전을 염두에 둔 행보로 보인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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