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수로는 최연소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퀄리파잉(Q)스쿨을 통과한 김비오(20ㆍ넥슨). 벌써부터 내년 1월 시작되는 PGA 투어를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김비오는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PGA Q스쿨을 통과했을 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PGA 투어는 골프를 시작하면서 꿈꿔왔던 무대다"며 활짝 웃었다. 김비오는 내년 1월14일(한국시간)부터 미국 하와이에서 열리는 PGA 투어 소니오픈에서 데뷔전을 치른다.
"우즈와의 대결 재미있을 것 같아요"
김비오는 원대한 목표가 있다. 지금은 비록 PGA 투어'병아리'에 불과하지만 언젠가는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것이다. "제 꿈은 세계랭킹 1위입니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언젠가는 이뤄질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타이거 우즈(미국)처럼 오랜 기간 세계최고의 자리를 지킬 수는 없겠지만 1위가 불가능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약관이란 어린 나이에 '꿈의 무대'에 입성한 김비오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의 대결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김비오는 가장 플레이를 하고 싶은 골퍼를 꼽아달라고 하자 "동반 라운드를 해보고 싶은 선수들이 너무 많다. 우즈와 필 미켈슨(미국),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 등과 함께 쳐보고 싶다"고 밝혔다.
'골프 황제' 우즈와의 대결에 대해선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 우즈하고 친다고 해서 부담감을 갖거나 긴장을 하지는 않을 것 같다. 한 수 배운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못 쳐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휴지는 주워야죠"
김비오는 국내에서 '필드의 모범생'으로 통한다. 연습라운드는 물론 대회 중에도 코스에 버려진 휴지 등 쓰레기를 줍기 때문이다.
"필드는 제가 일하는 직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장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쓰레기를 잘 주워서 그런지 캐디분들한테 인기가 많다고 하네요." '아름다운 청년' 김비오의 필드 청소는 미국에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김비오는 "이번 PGA Q스쿨을 하면서도 쓰레기를 주웠다. 미국에서도 라운드 도중 쓰레기가 있다면 열심히 주울 생각이다"며 밝게 웃었다.
"골프 안 했다면 노래했을걸요"
김비오는 초등학교 3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다. 중학교 1학년 때는 미국으로 골프 유학을 떠나 5년 동안 생활했다. 골프를 하면서 연습장을 빠진 적이 없을 정도로 골프에 미쳐 살았다. 국가대표를 거쳐 한국남자골프를 이끌 기대주로 주목 받았던 김비오는 지난해 잠시 슬럼프에 빠졌다.
2009년 일본과 한국에서 20여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예선 통과를 한 것이 2개 대회뿐이었다. 김비오는 "골프를 시작한 뒤 처음으로 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지난해 바닥까지 떨어졌던 것이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골프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골프가 좋아서, 할 일이 없어서, 친구가 없어서' 연습장에서 훈련만 했다는 김비오는 골프 이외의 재능이 있다. 노래 실력이 수준급이다. 올해 한국프로골프 대상식에서도 뮤지컬 배우로 변신해 '끼'를 발산했다.
"크게 성공했을지는 모르겠지만 골프선수가 아니었다면 아마 가수가 됐을 것 같아요. 앞으로도 김연아 선수처럼 기회가 온다면 노래도 불러보고 싶습니다."
올해 한국프로골프 대상과 최저타수상, 신인상을 수상한 김비오는 미국 무대 정복을 위해 조금씩 전진하겠다는 각오다. 27일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난 뒤 1월초 하와이로 건너가 PGA 데뷔전을 준비할 계획이다.
"미국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싶습니다. 첫 해는 상금 125위 안에 들어 2012년PGA 시드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어렵게 올라온 만큼 쉽게 내려가지는 않을 겁니다."
■ PGA Q스쿨이란
4대 관문 통과해야하는 지옥의 레이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는 야구의 메이저리그에 비유할 수 있다. 전 세계 골프선수들에겐 한 번이라도 밟고 싶은 '꿈의 무대'다. 그 만큼 김비오(20ㆍ넥슨)가 합격증을 받아 든 PGA 투어 퀄리파잉(Q)스쿨은 '지옥의 레이스'로 불릴 만큼 통과하기 어려운 관문이다. 메이저대회인 PGA 챔피언십 우승자 양용은(38)도 2006년 Q스쿨에 낙방할 정도였다.
모두 4단계로 나눠 열리는 PGA Q스쿨을 통해 정식 멤버가 되는 과정은 멀고도 험난하다.첫 단계인 프레 퀄리피케이션은 9월에 미국 내 6곳에서 4라운드 대회로 펼쳐진다. 한 곳에 대략 80여명의 선수가 출전하며 이 가운데 40명 정도가 1차 예선에 진출한다.
1차 예선은 10월에 역시 미국 내 13곳에서 4라운드 대회로 열린다. 한 곳에 80명 안팎의 선수가 출전하며 25명 정도의 선수들이 2차 예선에 나갈 수 있다. 프레 퀄리피케이션보다 袖?선수가 늘어난 이유는 1차 예선으로 직행하는 선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2차 예선은 11월 중 6곳에서 펼쳐지는데 80여명의 선수들 가운데 상위 20위 안팎을 기록해야 마지막 최종 예선 진출권을 얻는다. 이렇게 해서 추려진 150여명의 선수가 마지막으로 PGA 투어 출전권을 놓고 실력을 겨루는 곳이 PGA Q스쿨이다.
6라운드 대회로 열리는 최종 예선에서 상위 25위 안에 들어야 다음해 PGA 투어에서 뛸 자격을 얻는다. 올해는 공동 순위 선수들이 나와 모두 29명이 2011년 PGA 투어 카드를 받았다.
김비오는 이달 초 미국 플로리다주 오렌지카운티 내셔널 골프장에서 6일 동안 펼쳐진 Q스쿨에서 공동 11위를 기록, 공동 16위에 오른 강성훈(23ㆍ신한금융그룹)과 함께 PGA 출전권을 따냈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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