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구리 등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세가 무섭다. 이미 리먼 사태 수준은 회복했고, 자칫 2007~2008년초 원자재 대란 재연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한파가 지나면 다소 꺾일 것"이란 관측도 있지만, 세계경기 회복으로 기본 수요가 살아나고 있는데다 넘치는 글로벌 유동성이 계속 상품투기로 몰려들고 있어 가격 고공행진은 꽤 지속될 전망. 그렇지 않아도 내년 물가 불안이 큰 상황에서, 연초부터 '원자재발(發) 인플레'가 한국경제를 엄습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26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제 원유ㆍ석유제품 거래가격이 2년3개월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국내 휘발유가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25일(현지시간) 무연 보통 휘발유 거래 가격은 배럴 당 102.76달러까지 올랐다. 리먼 사태 발생직후인 2008년 9월29일(배럴 당 104.35달러) 이후 가장 높은 수준. 이달 들어 꾸준히 휘발유 가격을 앞지르고 있는 경유 가격 역시 2008년 10월 3일 이후 최고가인 배럴 당 106.25달러까지 상승했다.
앞서 우리나라 수입원유의 절대비중을 차지하는 두바이유 국제현물가격 역시 24일 91.58달러를 기록, 2년3개월만에 최고수준을 나타냈다.
유가만 오르는 것은 아니다. 경기상황을 가장 잘 반영한다는 구리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21일 9,410달러)했고, 알루미늄 동 주석 등 비철금속 가격이 전체적으로 상승세다. 옥수수 등 곡물가격은 이미 가을부터 크게 올랐고 원당가격은 30년 만에 최고치로 뛰었다.
세계시장 가격은 이미 국내 물가에 반영되기 시작한 상태. 25일 현재 국내 주유소 휘발유가격은 리터당 1,800원을 목전에 두고 있으며, 서울 강남 등에선 2,100원 전후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원당가격 인상으로 국내 설탕업체들 역시 이미 10%에 가까운 가격 인상을 단행한 상태다.
정부가 예상한 내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 그러나 12월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이 강타함에 따라 우리 경제는 연초부터 물가관리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원유와 비철금속은 모든 제품생산 및 소비생활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공산품과 공공요금 등에도 인상압력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정부 관계자는 "겨울철 들어 특히 최근의 이상한파가 가격을 끌어 올렸으며 내년 전체적으론 평균유가가 80달러 초반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계절적 요인 외에도 ▦내년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좋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 ▦풍부한 유동성의 상품시장이동 등이 큰 영향을 주고 있어, 가격안정을 쉽게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LG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선진국의 저금리가 위험자산, 특히 원자재 투기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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